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야권은 일제히 올해 개헌안 통과를 강조하고 있다. 비록 문재인 대통령이 제출한 개헌안은 사실상 폐기됐지만,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대의’는 남아 있는 만큼 이번에는 청와대가 아닌 국회가 주도해 개헌 논의를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지방선거 참패 이후 ‘국면 전환’의 성격이 다분한데다, 청와대와 여당은 ‘개헌 블랙홀’을 우려해 부정적인 견해다.
자유한국당은 오는 9월께 ‘분권형 대통령제-책임총리제’를 뼈대로 한 개헌안 발의에 나서겠다고 1일 밝혔다. 국민이 선출하는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통일·외교·국방에 관한 외치를, 국회가 선출하는 책임총리가 나머지 행정권을 통할하는 내치를 담당하자는 내용이다. 자유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은 “책임총리제를 하면 그동안 권력 집중으로 역대 대통령이 구속되는 전례는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지난 3월 “대통령 4년 연임제-국무총리 임명 요건 강화”를 뼈대로 한 개헌안을 내놓은 바른미래당 역시 연내 개헌을 강조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도 ‘촛불혁명’의 완성이 개헌이라고 주장해왔으니 올해 안에 개헌을 마무리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130석을 갖고 있는 여당은 야권의 ‘개헌 불때기’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개헌안은 국회 재적의원(300석)의 과반 발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민주당 원내대표단 핵심 관계자는 “국회 헌정특위(헌법개정특별위원회)에 1년6개월이라는 충분한 시간을 줬지만 국회 차원의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야당은 대통령 개헌안 표결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 더 이상 국회에서 논의하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 역시 소극적이다.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고 국회에 요청한 시점이 100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당시엔 논의조차 하지 않았던 국회가 이제 와 개헌 논의에 나서겠다는 것은 정략적 의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정훈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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