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절 경축사서 개헌 재추진 뜻
여당은 신중…야권은 일제히 환영
여당은 신중…야권은 일제히 환영
문희상 국회의장이 17일 제헌절 70주년 경축사에서 “올해 연말까지 여야가 합의된 개헌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국회의장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했지만 지난 5월24일 야당의 표결 불참으로 사실상 부결된 헌법 개정을 국회가 나서서 재추진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드러낸 것이다.
문 의장은 문 대통령 개헌안 부결이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80%는 개헌을 재추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국민이 요구하는 개헌이기에 국회는 반드시 응답해야만 한다”고 했다. 문 의장은 “1987년 헌법은 독재에 맞서 대통령 직선제만이 민주화의 첩경이라고 생각해서 만들어진 체제”라며 “그동안 국민의 정치의식과 사회는 성숙했고, 31년 전 옷을 그대로 입기에는 너무 커져 있다”고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의장은 “여야 간 선거구제 개편과 개헌의 입장차도 그리 크지 않다”며 야당이 뜻을 모으고 있는 선거구제 개편을 개헌 합의의 매개체로 제시했다.
올해 연말까지 합의안을 내놓겠다는 새 국회의장의 개헌 의지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회가 1년6개월 동안 개헌특위 만들어서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했고 대통령의 개헌안을 국회가 폐기 처분한 상황에 국민적 비판이 크다”며 “정개특위에서 일단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하기로 했으니 (개헌 논의는) 새로운 계기를 만들거나 기다려야 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개헌안이 ‘사회주의 헌법’이었다며 진정한 개헌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적 논의와 합의 없이 사회주의 경제체제로 나아가려는 (문재인 정부의) 관제개헌 시도로 자유민주주의가 부정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마저 위협받고 있다”며 “새 시대를 열어가는 국민개헌에 청와대와 민주당의 동참”을 촉구했다.
바른미래당은 문 대통령에게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영수회담’을 제안했고 6·13 지방선거 때 동시 개헌 투표를 거부한 자유한국당에는 사과를 요구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여당 일각에서는 경제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개헌 블랙홀’에 빠지는거 아니냐고 하는데 ‘개헌 블랙홀’은 개헌 안 하려는 사람들이 항상 하는 이야기”라며 “자유한국당이 개헌의 진정성을 보이려면 동시 개헌 투표 안 한 것을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개헌을 20대 후반기 국회가 마무리해야 할 숙제라고 규정했다. 이정미 대표는 “새 헌법에는 민주적인 통치 구조의 보완과, 아홉 번의 개헌이 담지 못한 새로운 시대 가치와 시민권을 담으며, 60년 재벌공화국을 뛰어넘을 새로운 경제 원리가 수립돼야 한다”며 “문희상 의장께서 조속히 국회 주도의 새로운 개헌 프로세스를 마련해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김태규 이경미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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