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가 노인대열로 합류하면서 생산가능인구(15~64살)가 지난해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인구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올해 취업자 감소분이 3만명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지속되는데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차례로 노인 인구로 합류하면서,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고용한파가 심각한 상황인데, 정부가 인구 변동 요인만 부각해서 보려는 태도에 대해선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통계청은 11일 6월 고용 동향을 발표하면서 인구구조 변화 분석 자료를 함께 냈다.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취업자 수 증가폭이 연속 10만명 안팎으로 추락한 원인 가운데는 생산가능인구(15~64살) 감소가 자리잡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생산가능인구는 지난해 3762만명으로 1년 전보다 7천명 줄어들며 감소세가 시작됐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생산가능인구는 올해(3757만명)도 4만6천명 줄어드는 데 이어, 2020년엔 24만명, 2025년엔 42만5천명 급감할 전망이다.
특히 15~29살 청년층은 2016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지난해엔 9만명이나 줄어들었다. 감소폭은 2020년 19만명, 2025년 26만명으로 커진다. 반면 65살 이상 노인 인구는 지난해에 31만명 증가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 인구로 진입하는 2020년에는 44만명, 2025년에는 56만명 늘어난다. 결국 2025년에는 65살 이상 인구가 1천만명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경제활동에 참가하지 않는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반면 한창 경제활동을 해야 할 젊은층이 줄어들게 되면, 경제는 활력을 잃고 취업자 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컨대, 고용률이 70%로 전년과 똑같다 하더라도 생산가능인구가 100명에서 80명으로 줄면, 취업자 수가 70명에서 56명으로 적어진다. 즉, 추계인구 감소에 따른 15~64살 취업자 수 변동(인구효과)을 보면, 지난해 5천명 감소에 이어 올해는 3만명이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인구효과는 2020년에는 16만명, 2025년 28만3천명, 2034년에는 34만1천명으로 감소폭을 키울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2017년 15~64살 고용률(66.6%)이 유지될 것이란 가정 아래 이뤄진 것이다.
이 때문에 과거처럼 취업자 수 증가폭만으로 고용 여건을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취업자 수 증가폭이 30만명에 못 미친다는 이유만으로 고용 부진이라고 판단하면, 실제와는 다른 잘못된 해석을 내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통계청은 앞으로는 취업자 수보다는 고용률, 실업률 등 분모(인구)의 변화가 함께 반영되는 비율 지표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앞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5월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고용 부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인구 변동만으로 최근 고용 여건을 안이하게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예로 2014년의 경우 생산가능인구는 한해 전보다 24만명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취업자 수는 50만명이나 늘었다. 반면 세계 금융위기가 몰아쳤던 2009년에는 생산가능인구가 33만명 증가했지만 취업자 수는 12만명 감소했다. 고용상황을 설명할 때 인구효과에만 의존할 수 없는 배경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지난해에는 취업자 수가 한달 평균 30만명씩 증가했는데 올해는 3분의 1로 축소됐다”며 “이미 예견됐던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인구 변화만으로 이처럼 심각한 고용 부진을 다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통계청도 “현재 고용 상황은 15~64살 고용률이 하락하는 등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하더라도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인구 변화가 반영되는 고용률도 지난달 67%(15~64살)로 한해 전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1월에는 0.7%포인트, 2월에는 0.1%포인트 올랐는데, 그 후 석달간 제자리를 맴돌다가 결국 하락세로 전환됐다.
정은주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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