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인상 결정 배경·전망
상반기 취업자 수 증가폭 급감
경제상황도 고려해 인상폭 줄여
OECD국 인상률도 고려한 결정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실현 시기는 늦어질 가능성 커져
“경기상황-경제정책 균형찾기” 평가
전문가 “속도감 있는 보완책 필요”
상반기 취업자 수 증가폭 급감
경제상황도 고려해 인상폭 줄여
OECD국 인상률도 고려한 결정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실현 시기는 늦어질 가능성 커져
“경기상황-경제정책 균형찾기” 평가
전문가 “속도감 있는 보완책 필요”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 인상률이 10.9%로 결정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실현 시기는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이 되려면 매년 15.2%씩 인상해야 한다. 이처럼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한 데에는 최근 고용상황이 심상치 않은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두 자릿수 인상률이 유지되면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뜻은 분명히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14일 결정한 내년 최저임금(시간당 8350원·월 174만5150원)은 노동자 290만~501만명이 영향을 받는다. 전체 임금 노동자(2025만명) 4명 중 1명꼴이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10.9%)에는 △유사노동자 임금인상 전망치(3.8%)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실질 인상효과 감소폭(1%) △협상배려분(1.2%) △소득분배 개선분(4.9%)이 반영됐다.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은 이날 “경제, 고용 상황과 동시에 최저임금의 본질적 목적인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 상승 등을 반영해 결정했다”며 “고용 사정이 지금 상황에서 이른 시일 안에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성장률 3%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경제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는데다, 상반기 내내 부진한 고용상황을 반영했다는 의미다. 올해 상반기(1~6월) 취업자 수 증가폭은 14만2천명으로, 지난해 상반기(36만명 증가)에 견주면 절반을 한참 밑돌았다. 생산가능인구(15~64살)가 감소하는 등 인구구조 변화와 더불어 제조, 건설업과 도·소매, 음식점·숙박업이 동반 감소하는 이례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돼 수출과 투자가 둔화되는 등 내년에는 우리 경제가 더 나빠질 가능성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정부·여당에선 최근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의 필요성을 계속 언급해왔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나 “도·소매나 숙박·음식점업 이런 일부 업종과 젊은층, 55~64살에서 (최저임금) 영향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에 도·소매업 취업자 수는 월평균 6만2천명, 음식점·숙박업은 2만4천명 감소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의 싱가포르 국빈방문에 동행한 자리에서 “소득주도성장이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에 굉장히 도움이 되는데 지금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맞지 않아 돈이 돌기 전에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현안 해결에 있어서도 섬세하고 정밀한 정책관리가 필요하다”며 “전임 정권처럼 슬로건에 갇히지 말라”고 주문했다.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에 견줘 상대적으로 낮지 않다는 점도 인상률 결정에서 고려된 요인이다. 최저임금위는 국제비교에서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을 중위임금이 아닌 평균임금으로 살폈다. 우리나라의 임금 불평등이 심해 중위임금을 기준으로 하면 최저임금이 높아 보이는 ‘착시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우리나라 최저임금(2016년 기준)은 평균임금 대비 39.7%로 오이시디 회원국 27개국 가운데 16번째 수준이다. 뉴질랜드가 51.4%로 가장 높고 프랑스(49.0%), 슬로베니아(48.4%), 칠레(47.4%) 등이 뒤따랐다. 최저임금위의 한 공익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두 자릿수로 2년 연속 인상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상당히 빠른 편”이라고 설명했다. 내년에 최저임금이 10.9% 인상되면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2018년도 38.6%에서 2019년 41.3%로 올라간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내년 최저임금 수준은 정부가 최근 경기상황과 소득주도성장 정책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기 위해 일단 두 자릿수라는 상징성을 유지하되 생산과 소비, 투자, 고용 등 내수 경기를 보여주는 경기지표가 부진한 탓에 속도를 일부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으로 부담이 줄긴 했지만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 개선이 필요하니까 두 자릿수를 유지하면서도 어려운 고용상황을 고려해 올해보다 인상률을 낮췄다”며 “상가임대차 보호, 카드수수료 인하 등 자영업자 대책이 속도감 있게 따라오지 못했는데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은주 허승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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