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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산입범위 확대의 덫…최저임금 10.9% 인상은 ‘착시’

등록 2018-07-15 19:41수정 2018-07-16 09:13

내년 시급 8350원으로 올랐지만
산입범위 크게 늘어 효과 제한적

노동연구원 “저임 노동자 20만명
실질 인상률은 2.2% 수준 그칠것”
‘최저임금 개악법 폐기 임금개악 저지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13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 건너편에서 열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대회사를 전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최저임금 개악법 폐기 임금개악 저지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13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 건너편에서 열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대회사를 전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됐으나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임금 항목이 함께 늘어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일부 저임금 노동자의 시급은 이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노동계에서는 “산입범위가 크게 넓어진 탓에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는 노동자한테 이번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15일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입범위 확대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가 약 20만명에 이르는데, 이들한테 적용될 최저임금 실질 인상률은 2.4%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 753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들의 내년 최저임금은 8350원이 아니라 7711원으로 오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5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7530원)에 견줘 820원(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했다. 정규직 노동자의 평균임금과 산입범위 확대의 영향 등을 반영했다는 것이 위원회 설명이다. 주 40시간(하루 8시간×5일)씩 한달간 일했을 때 받는 월급으로 환산하면 174만5150원이다. 올해 대비 월 17만1380원이 오른 금액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적지 않게 오르는데도 저임금 노동자(최저임금 이하를 받는 241만8천명)가 동일한 ‘임금 인상’ 효과를 얻지 못하는 이유는 산입범위 확대가 함께 맞물리는 탓이다. 내년부터는 지난 5월 개정된 최저임금법에 따라 정기상여금과 식비·교통비 등 복리후생비 일부가 새롭게 최저임금 범위에 포함된다. 다시 말해 ‘최저임금과 별도로’ 식비 등을 지급받고 있던 노동자라면,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 인상 폭 820원이 내년 시급에 더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157만4천원)과 식비·교통비 명목으로 25만원을 받는 노동자 ㄱ씨는 산입범위가 확대되지 않았다면 내년부터 월 17만1천원이 오른 199만5천원의 월급을 받게 된다. 이와 달리 내년 ㄱ씨의 월급은 4만3천원만 오른다. 매달 받는 복리후생비 가운데 12만8천원(최저임금의 7%)이 산입범위에 포함돼 그만큼 임금 인상 폭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고정 연장근로수당을 포함해 매달 손에 넣는 돈이 188만원에 그치는 에어컨 설치기사 ㄴ씨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오르는 내년에도 ㄴ씨의 월급은 1만6천원만 늘어난다. ㄴ씨는 기본급 165만5천원에 정기상여금 30만원, 복리후생비 19만6천원을 받고, 이 가운데 32만원을 국민연금·건강보험·세금 등으로 낸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그의 기본급은 월 9만원가량 올라야 하는데, 역시 산입범위가 넓어져 인상 폭은 월 7만4천원 줄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의 영향력’ 분석 결과도 이와 비슷하다. 이 연구원은 지난 11일 최저임금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산입범위 확대가 최저임금 ‘실질 인상률’을 1% 정도 떨어뜨린다고 짚었다. 특히 산입범위 확대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19만7천명의 저임금 노동자만 따로 떼어 살피니, 최저임금이 10% 오르더라도 이들이 체감하는 실질 인상률은 그보다 크게(7.8%) 낮은 2.2%밖에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은 산입범위 확대로 피해를 보는 노동자가 주로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연구위원은 “최저임금위원회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해보니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31만~40만명의 노동자가 2019년 최저임금 수혜자에서 제외됐다. 이 가운데 52%가 5인 미만 영세사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이고, 58%가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밝혔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10.9%에 머물자, 문재인 정부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이행이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민주노총 쪽은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일부 저임금 노동자의 ‘기대이익 감소’를 해소하려면 결국 최저임금법 재개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최저임금 인상 과정에서 도드라지게 강조되고 있는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와 노동계의 대립, 곧 ‘을들의 다툼’ 프레임을 깨뜨리려면 대기업·재벌 중심의 경제체제에 대한 개혁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높은 상가 임대료와 프랜차이즈 본사에 내는 가맹비, 신용카드 수수료가 가장 큰 문제라는 사실은 이미 많이 알려졌다. 이런 문제를 하나도 해결하지 않고 최저임금만 올리면 약한 고리(영세자영업자)가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온전한 최저임금 1만원’을 상수로 두고 나머지 제도를 맞춰나가려는 종합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민주노총이 “영세자영업자들을 살리기 위해 정작 필요한 건 최저임금 인상 완화가 아닌, 유통재벌에 대한 개혁 등 경제민주화”라며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과 공동 기자회견을 연 것도 이런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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