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을들의 다툼’
연합회, 최저임금 ‘불복종’ 선언
형사처벌 감수 ‘무력시위’ 예고
“내달 5일 고시전 지원책 내라”
정부, 수수료 등 비용 완화 방안
공제사업 등 민생대책 마련키로
연합회, 최저임금 ‘불복종’ 선언
형사처벌 감수 ‘무력시위’ 예고
“내달 5일 고시전 지원책 내라”
정부, 수수료 등 비용 완화 방안
공제사업 등 민생대책 마련키로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되자 소상공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불복종(모라토리엄)’ 운동으로 맞서겠다고 했고,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전국 동시다발 공동휴업 돌입 계획을 밝히는 등 격앙된 반응이다. 대놓고 법을 위반하겠다는 집단적 반발이다. 정부는 내년 최저임금을 확정·고시하는 다음 달 5일까지 소상공인 업계의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를 듣고 보완 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소상공인들이 내세우는 반발 이유는 생존권 위협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14일 낸 긴급성명에서 “불과 2년 만에 29%나 오른 최저임금으로 소상공인들은 폐업이냐 인력 감축이냐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기로에 놓였다”며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이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임을 강조했다. 연합회는 17일 부회장단 회의와 이사회를 동시에 열어 구체적인 불복종 방안을 논의한 뒤 61개 업종별 총회도 연쇄적으로 소집해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자영업으로도 불리는 소상공인 업종은 최저임금 적용 대상 노동자가 집중적으로 몰려 있어 실제로 불복종 운동이 일어난다면 심각한 사태가 예상된다. 최저임금 제도가 사실상 무력화되거나, 소상공인들이 무더기로 형사처벌을 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적극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먼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6일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단 및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들과 긴급간담회를 열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애로를 듣고 후속 대책을 논의한다. 중기부는 홍 장관과 소상공인단체의 간담회 일정도 조율하고 있다. 홍 장관은 업계와의 면담에서 인건비 보조와 함께 임대료와 카드결제 수수료 등 각종 비용의 완화 방안, 공제사업 지원 대상 확대 등 현실적인 지원 대책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는 일부 단체의 최저임금 거부 선언에 대해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시절 소상공인연합회는 회원들에게 최저임금 준수를 독려하는 성명을 낸 적이 있다. 새 정부 출범 뒤 최저임금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정부 때 평균 인상 폭을 초과하는 부분은 정부가 보전해주는데도 불복종 운동을 부추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편의점 가맹점의 심야영업 중단이나 시간별 할증판매 여부는 가맹본사와 협상과 계약에 따라 해결할 문제이지 최저임금 인상의 보완 대책으로 논의할 사안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무엇보다 최저임금을 마치 모든 문제의 원인인 것처럼 부풀리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약 570만명에 이르는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때문에 모두 한계상황에 내몰렸다는 주장은 객관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들어 소상공인 경기체감지수 추이를 보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타격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이 최저생계비를 벌기에도 벅찬 소상공인들에게 큰 부담을 주는 것도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최저임금법으로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생존 기반을 보호해주듯 소상공인의 생존 기반도 정부가 적극 보살펴야 마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해소 등을 위한 각종 경제민주화 입법과제를 비롯해 카드수수료 인하, 상가임대료 부담 완화 등 정부와 여당이 지금까지 발표만 해놓고 하는 척 마는 척 하며 미뤄왔던 소상공인 대책부터 빨리 시행하는 게 중요하다”며 “또 대기업이나 경제단체도 소상공인 반발을 보호막으로 앞세우는 대신 스스로 공정거래 관행을 정착시키는 데 힘쓰는 등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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