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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삼성 3차례 쇄신안 돌아보니…약속은 번번이 깨졌다

등록 2020-01-09 21:45수정 2020-01-10 15:40

X파일 때도 준법감시위 형태 구성
불법 견제 막힌 채 슬며시 사라져

비자금 사건 땐 이건희 물러났지만
2년만에 ‘위기’라며 경영일선 복귀

국정농단 뒤엔 미래전략실 없앤다더니
이름만 바꾼 ‘TF’가 삼성바이오 증거인멸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삼성그룹이 쇄신안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총수가 연관된 불법 행위로 사회적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쇄신안을 내놓으며 국면 전환을 꾀했다. 2000년대 이후 모두 세차례다. 9일 모습이 드러난 외부 명망가 중심으로 구성한 ‘준법감시위원회’와 닮은꼴인 조직도 꾸렸다가 슬며시 사라지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도 문제의 근원이었던 총수의 힘은 줄지 않았으며 불법 행위는 반복됐다. 네번째 쇄신안은 총수 체제가 안고 있는 삼성의 구조적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까.

첫 쇄신안은 ‘삼성 엑스파일’ 사건 직후인 2006년 2월에 나왔다. 삼성 엑스파일 사건은 1997년 15대 대선을 앞두고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장과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이 △정치권의 불법 대선 자금 △검사들을 대상으로 한 금품 로비 등을 논의하는 대화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건을 가리킨다. 당시 중앙일보는 삼성 관계사였던 터라 주류 언론과 재벌 간의 결탁으로 비치며 파장이 컸다. 삼성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8천억원 사회 헌납, 구조조정본부 축소 등을 발표했다. 옛 ‘회장 비서실’에서 이름을 바꿔 운영되던 그룹 컨트롤타워 구조본은 전략기획실로 간판을 바꾸고 규모도 147명에서 99명으로 작아졌다.

여기에 준법감시위원회와 엇비슷한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삼지모) 운영도 쇄신안에 담겼다. 신인령 이화여자대학교 총장, 최열 환경재단 대표 등 당시 삼성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던 시민사회 인사들로 구성됐다. 삼지모는 그룹 내 2인자로 꼽히던 이학수 당시 삼성 부회장과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계열사 최고경영자들과 함께 두달에 한번씩 모임을 했다. 삼지모에 참여한 한 인사는 “사회공헌활동 등은 어느 정도 수용됐지만 불법 승계나 무노조 경영 관련 (삼지모의) 권고는 수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7년 10월 삼성그룹 법무팀장(전무)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의 ‘이건희 비자금’ 폭로가 계기가 되어 2차 쇄신안이 나왔다. 김 변호사의 양심 고백 이후 금융감독원의 검사, 검찰의 특별수사본부 수사에 이어 특검까지 꾸려졌다. 특검 수사가 마무리될 즈음인 2008년 4월께 2차 쇄신안이 나왔다. 이 회장을 비롯해 이학수 부회장 등 핵심 고위 임원들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략기획실도 해체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외에도 이 회장의 배우자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 및 문화재단 이사직 사임, 특검에서 드러난 차명계좌 헌납, 사외이사 투명화 등 10개 항의 대책을 내놨다. 삼성의 두번째 쇄신안은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이건희 회장이 2010년 초 경영에 복귀하면서 퇴색했다. 차명계좌 문제는 그로부터 10년 가까이 흐른 2018~2019년까지 이어졌다. 해체된 전략기획실도 ‘미래전략실’이란 새 이름으로 다시 등장했다.

세번째 쇄신안은 2017년 2월 ‘이재용 체제’에서 나왔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던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한 직후였다. 경영권 승계 지원 대가로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비선 실세’인 최순실(본명 최서원)씨에게 뇌물을 줬다는 것이 그가 받는 혐의였다. 이에 삼성은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대관업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쇄신안을 내놨다. 해체된 미래전략실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2017년 11월 사업지원티에프(TF)란 이름으로 ‘부활’한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각각 설치된 이 조직은 전자계열사와 금융계열사를 관장하고 있다. 이 중 전자계열사 사업지원티에프는 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사건의 증거를 인멸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송채경화 신다은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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