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내수 절벽’ 우려가 현실화됐다. 지난달 백화점·할인점 등 주요 소매판매 매출액이 20~30% 이상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을 방문한 유커도 70% 이상 급락해,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 당시보다 타격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를 보면, 지난 2월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6.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 관광객 숫자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줄곧 20~30%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중국 우한 지역에서 코로나19가 발발하고, 중국에 이어 한국에서도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2월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내국인의 경제 활동도 급격히 위축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백화점 매출액은 전년 대비 30.6% 감소했고, 할인점 매출액도 19.6% 감소했다. 국산 승용차의 내수 판매도 24.6% 감소했다. 반면 온라인 매출액은 27.4% 증가해 전달의 증가율(3.3%)보다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경제 주체의 이동량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서비스업 매출도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우려했던 소비 위축이 현실화되면서 기재부는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짚었다. 기재부는 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경제활동과 경제심리가 위축되고 실물경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지난 달까지만 해도 “경기 개선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봤지만, 이번 달에는 해당 표현을 삭제했다.
김영훈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견된 지난달 19일 이후 이동량이 극도로 줄면서 경제활동이 극도로 위축되는 모습”이라며 “지난해 말부터 전산업 생산이 증가하는 등 개선 흐름이 있었지만 2월 이후 생산과 수출 등에서 불확실성이 커져 경기 개선의 흐름이 이어진다는 표현을 쓰기엔 부담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 19 여파가 공급과 수요 양쪽 측면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며 “이런 불확실성에 금융시장이 즉각 반응하고 요동치는 국면인데, 금융시장 변동성이 다시 실물경제에 전이되지 않도록 흐름을 유심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원자재 시장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2월 넷째 주 기준 배럴당 52.2달러로 떨어졌던 국제 유가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증산 결정에 따른 ‘원유 전쟁’에 30달러 초반대까지 급락했다. 비철금속 가격도 코로나19로 중국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구리 가격이 6.0% 하락했고 알루미늄과 니켈 등도 각각 6.0%, 4.8% 내렸다. 기재부는 그린북에서 “대외적으로 코로나19의 글로발 파급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원자재·금유시장의 변동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짚었다.
한편 국제기구 등 주요 전망기관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 이하로 하향 조정하는데 대해 정부는 선을 그었다. 김영훈 과장은 “정부는 전망기관이 아니며 정부가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할 경우 시장에 또 다른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최근 들어 시장이 외부 변동성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확인된 지표를 중심으로 상황을 진단하고 시장 심리를 자극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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