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두바이 국제의료기기 박람회에 참가한 한 업체가 바이어와 상담하고 있다.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제공
“나홀로 나섰다간 빈손”…협동조합 통해 국외시장 개척
지난해 두바이서만 38개업체 1500만달러 계약 성과
지난해 두바이서만 38개업체 1500만달러 계약 성과
네트워크 성공시대/① 의료기기 업체들 공동 시장개척
국내·국외시장에서 기업들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대기업들은 자금과 정보, 마케팅 등 모든 면에서 자체 역량을 갖춰 대응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열악한 생산환경과 영업력 부족, 인재 부족 등으로 어려움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이 협업을 통해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면, 더 큰 경쟁력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공동 시장 개척, 공동 브랜드 개발, 전문분야별 분업 등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경쟁력을 높인 중소기업 사례들을 소개한다.
물리치료기와 레이저치료기 전문업체 ‘스트라텍’은 지난해 유럽과 중동시장에 의료기기를 30만달러 어치 수출했다. 다른 의료기기 업체들과 함께 국외 시장 진출에 나선 지 4년여 만에 이룬 성과다. 이 회사의 전원수 부장은 “우리 회사 혼자 시장개척에 나섰다면, 이런 성과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스트라텍은 지난 2000년 독일 뒤셀도르프 의료기기 전시회에 참가했다. 해외전시회 참가는 처음이었고 기대도 컸지만, 아시아 작은 나라에서 온 중소기업에게 박람회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3천여만원을 들여 참가했는데, 부스가 제일 마지막 홀의 구석에 배정돼 바이어는 거의 만나지도 못하고 돌아왔어요.” 전 부장은 “의료기기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기계인데다 가격도 비싸서 계약이 매우 신중하게 이뤄지는 게 특징”이라며 “개별적으로 가면 비용이 5천만원 이상 드는데, 함께 참가하면 더 싼 비용에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의료기기 업체들은 국외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내에만 업체가 1500개를 넘어섰고, 의료기기 수입상 역시 1500여곳에 이르니 한국에서는 더 이상 매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외 진출이 살길이라지만,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의료기기 업체들이 스스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기에는 비용이나 정보 등 모든 면에서 역부족이다. 의료기기 업체들은 살 길을 ‘공동 개척’에서 찾았다. 2001년부터 박람회 공동 참가를 통해 함께 시장개척에 나서는 것이다. “국외진출을 하려면 무엇보다 국외 바이어를 만나야 합니다. 세계적인 유명 박람회에 참가해서 제품을 선보이고 알리는 게 첫걸음이죠.” 공동 참가를 주관하고 있는 한국 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의 안병철 팀장은 “전시장이 수만평 규모인데, 한국의 중소기업이 신청하면 아무래도 부스의 위치 등 조건이 안좋은 경우가 많고, 전시업체도 워낙 많아 바이어들의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며 “하지만 우리 업체들이 모여있으면 기본적으로 상담하려는 바이어들이 많이 몰리고, 전화나 팩스, 사전마케팅 등도 공동으로 하기 때문에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많은 전시회 가운데 제대로 된 전시회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안 팀장은 “중국의 경우 26개 성마다 의료기기 전시회가 열리는데, 잘못 참가하면 바이어는 코빼기도 못보고, 동네 사람들에게 카탈로그만 빼앗기는 불상사가 나기도 한다”며 “조합 차원에서 전시회를 점검하니 이런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2001년, 몇달 동안의 시장 조사 끝에 선택한 첫 박람회는 아랍에미레이트에서 열리는 두바이국제의료기기전이었다. 중동·아프리카 쪽 바이어들이 많이 찾는 유서깊은 박람회였고, 당시 고유가로 정부 재정이 풍부해 조달시장도 매력적이었다. 첫 참가는 성공적이었지만, 그해 말 9·11테러가 일어나고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2002년 참가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세는 좀 불안했지만, 20여개 업체가 과감히 참가했습니다. 그랬더니 ‘어려울 때도 찾아준 고마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더군요. 덕분에 2003년부터는 메인홀의 가장 좋은 자리가 한국 중소기업들 차지가 됐습니다.” 의료기기 업체들은 지금은 1년에 유럽과 중동, 남미, 중국, 동남아 등 각 대륙의 거점 전시회에 꾸준히 참가하며 이름을 알리고 있다.
2001년에 모인 업체는 15곳이었지만, 지난해에는 38곳으로 늘었다. 올해는 43곳이 참가할 예정이다. 또 두바이 전시회의 경우, 지난해 박람회가 열린 나흘 동안 업체들이 올린 계약액은 1515만달러에 이르는 등 성과도 뚜렷하다. 안 팀장은 “중소기업은 스스로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리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데, 개별 기업이 알아서 모든 일을 처리하기는 힘들다”면서 “중소기업에게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조건”이라고 조언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2001년에 모인 업체는 15곳이었지만, 지난해에는 38곳으로 늘었다. 올해는 43곳이 참가할 예정이다. 또 두바이 전시회의 경우, 지난해 박람회가 열린 나흘 동안 업체들이 올린 계약액은 1515만달러에 이르는 등 성과도 뚜렷하다. 안 팀장은 “중소기업은 스스로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리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데, 개별 기업이 알아서 모든 일을 처리하기는 힘들다”면서 “중소기업에게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조건”이라고 조언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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