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복영 휴맥스 일본법인장이 일본 도쿄의 한 대형 양판점에 진열돼있는 휴맥스의 위성용 디지털 셋톱박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셋톱박스 첫 진출땐 1년여간 ‘매출 0엔’
제품개발 뒤 발로 뛰며 양판점 판로개척
쌍방향모뎀등 첫선…매출 800억원 달성
제품개발 뒤 발로 뛰며 양판점 판로개척
쌍방향모뎀등 첫선…매출 800억원 달성
세계를 뛴다/⑤ 안복영 휴맥스 일본법인장 위성방송이나 케이블방송을 보는 일본 가정을 방문해보면 ‘휴맥스’라는 이름이 붙은 셋톱박스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몇년 전만 해도 소니·파나소닉·파이오니아 등 일본 유명 대기업 제품 일색이던 셋톱박스가 최근 들어 휴맥스 제품으로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다. 휴맥스는 일본 셋톱박스 시장에 진출한 지 4년여 만에 시장을 주도하는 메이커로 자리잡았다. 위성용 셋톱박스와 케이블용 셋톱박스 시장에서 모두 절반 가까운 점유율을 자랑하며 무섭게 성장하는 중이다. “일본시장은 ‘회원제 살롱’이라고 보면 돼요. 들어가려면 돈도 많이 내야하고 까다로운 절차도 통과해야 하죠. 하지만 한번 들어가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워낙 까다로워서 다른 업체들이 쉽게 들어오지 못하거든요. 물 반 고기 반이죠. 하하.” 2001년 12월 일본법인이 세워지면서 부임한 안복영(40) 휴맥스 일본법인장은 2002년 말 첫 제품이 나오기까지 1년여의 ‘마음 고생’을 잊지 못한다. “자본금이 8억원이었는데 야금야금 까먹기만 했죠. 일본 기준에 맞춰 제품을 새롭게 개발하던 상황이어서 매출이 전혀 없었거든요.” 일본에는 독자적인 전자통신 기준인 ‘아라이브’가 있다. 그러나 기준이 워낙 세밀하고 복잡하다보니 제품 개발이 쉽지 않았다. 한국 본사에서도 걱정 소리가 들려왔다. “계속 지원할 것인지, 자본금만 까먹고 끝나는 것은 아닌지, 제품이 제대로 나올 것인지…걱정이 많았어요.” 하지만 그는 “품질만 좋다면 안정적인 진출은 문제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2002년 가을 첫 제품 개발이 끝난 뒤 두달여간 일본 전국의 대형 양판점 수십곳을 돌며 제품 홍보와 판매에 나섰다. 한국은 위성방송 사업자가 셋톱박스를 사들여 가입자에게 나눠주지만, 일본은 시청자가 직접 양판점에서 사야한다. 일본 전역을 발로 뛴 덕분에 2003년 1월31일 처음으로 양판점에 진출할 수 있었고 그해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듬해에는 23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세계를 뛴다
일본법인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안 법인장의 또다른 ‘먹거리’를 찾아내는 일로 고민하고 있다. 그의 가방 속에는 항상 휴대용 동영상플레이어가 들어있다. 방송을 볼 수 있고 녹화까지 되는 휴대용 텔레비전 개발 사업이 그의 구상이다. 그는 “유럽은 나라가 많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지만, 일본은 커다란 단일시장인데다 수요도 항상 있다”며 “한발짝 먼저 시장의 흐름을 잡고 선점한다면 승부를 걸만한 곳”이라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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