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30살 미만 의료인 등에 대한 모더나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모더나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이 일반인에게 확대된 이후 접종 수요가 몰리자 외부 활동이 잦은 기업 임원들이 별별 방법으로 백신을 맞고 있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 시중은행의 임원들은 최근 비서들이 병원에서 하루종일 대기해 아스트라제네카(AZ) 잔여 백신을 접종했다. 비서가 회사 인근 병원에서 무작정 기다리다가 남는 백신이 생기면 임원에게 연락하고, 해당 임원은 급하게 달려와 백신을 맞는 것이다. 네이버나 카카오에 잔여백신 알림 신청을 해도 좀처럼 뜨지 않거나 알림이 뜨더라도 먼저 신청한 이들에게 밀리자, ‘남의 몸으로 때우는’ 전략을 쓴 것이다.
또 다른 대기업의 사장과 임원들은 지난달 미국 출장을 갔다가 현지에서 얀센 백신을 접종했다. 이들은 공항에 도착해 곧바로 근처 약국에 가서 여권만 보여주고 백신을 맞았다고 한다. 얀센 백신은 한 차례만 접종하면 되기 때문에 기업인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가 지난 3월부터 외국 출장을 가는 기업인들에게 출장 기간을 따져 백신을 우선 접종할 기회를 제공하는데, 이를 활용하는 기업인들도 있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26일까지 ‘해외출장 기업인 백신 우선 접종제도’를 신청해 승인받은 기업인은 3099명이다. 정부는 21일부터 출장 기간에 상관없이 모든 외국 출장 기업인들에게 백신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주로 50대가 많은 기업 임원들은 60살 이상이 맞는 아스트라제네카 우선 접종 대상도 아니고, 얀센을 맞을 수 있는 예비군·민방위도 아닌 이른바 ‘백신 낀세대’다. 업무 특성상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기 때문에 백신 접종 의사도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매크로 프로그램(자동실행)을 이용해 백신 예약에 성공했다는 사례가 나올 정도로 백신 구하기 전쟁이 치열해지자, 기업인들도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3분기에는 백신 물량이 점점 늘어나 7월26일부터는 50대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40대 이하는 8월부터 백신을 맞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백신 전쟁도 한층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