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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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당국이 카카오에 ‘양벌규정’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범수 창업자에 이어 카카오 법인에도 칼날을 겨누는 모습이다. 카카오 법인이 형사처벌을 받으면 은행 대주주 자격이 박탈돼 카카오뱅크를 팔아야 할 전망이다. 핵심 금융계열사를 포기해야 하는 사태로 전개될 경우 카카오 그룹의 향배에도 작지 않은 파급효과를 몰고 올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금융권 설명을 종합하면,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에스엠엔터 시세조종 혐의와 관련해 카카오에 자본시장법상 양벌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해당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양벌규정은 법인의 대표자나 종업원 등이 업무와 관련해 위법행위를 할 경우 법인에도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한 조항이다. 이 규정을 통하면 법인에도 형사처벌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서울남부지검의 수사 지휘를 받고 있는 특사경이 양벌규정을 적용해 카카오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면, 향후 검찰 기소를 거쳐 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게 된다.
카카오 법인에 대한 형사처벌은 카카오뱅크 매각으로 이어지게 된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27.2%를 들고 있는 최대주주로, 현행법상 한도초과보유주주 적격성 심사·승인 대상이다. 원칙적으로 비금융회사가 보유할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한도는 의결권 기준 10%이지만,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 한해 최대 34%를 보유할 수 있다. 승인 요건 중 하나는 해당 주주가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7년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 이후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본격 불거지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권에서는 카카오 법인이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일단 카카오 경영진의 시세조종 혐의와 업무 간 관련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금감원은 카카오 임직원들이 지난 2월 에스엠엔터 경영권 인수전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약 2400억원을 투입했다고 보고 있다. 에스엠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주당 12만원)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했다는 것이다. 카카오 사내이사인 배재현 투자총괄대표는 이런 혐의로 지난 19일 이미 구속됐다. 카카오그룹의 동일인(총수)이자 카카오의 최대주주인 김범수 창업자(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도 23일 피의자 신분으로 금감원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금감원은 김 센터장이 시세조종을 지시했거나 보고받았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당국으로부터 ‘의도적인 공개매수 방해’ 의혹을 받고 있는 당시의 대거 지분매입이 카카오의 에스엠엔터 인수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수사당국의 판단이 주목된다. 원아시아가 운용하는 펀드는 지난 2월16일 에스엠엔터 주식 65만주(지분율 2.7%)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여파로 이날 에스엠엔터 주가는 전날보다 9300원(7.6%) 오른 13만1900원에 마감됐다. 당시 시장에서는 카카오 쪽이 움직인 것 아니냐는 의심이 팽배했었다.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2월28일에는 아예 카카오그룹이 105만주(4.4%)를 한꺼번에 사들이기도 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법인이 위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주의·감독을 충분히 한 경우에만 양벌규정을 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카카오 변호인 등 카카오 쪽은 “에스엠엔터 경영권 인수 경쟁 과정에서 지분 확보를 위한 합법적인 장내 주식 매수였고 시세조종 사실이 없다”며 “향후 조사 절차에 맞춰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