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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경영권 집착’이 화 키웠다

등록 2013-09-30 20:18수정 2013-09-30 22:39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이날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그룹 계열사의 피해 최소화 방안 등에 대해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이날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그룹 계열사의 피해 최소화 방안 등에 대해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현 회장, 지분 되찾으려
우선매수권 받으려 해
동양매직 등 매각 난항
결국 해체 수순을 밟게된 동양그룹의 위기는 어디에서 시작된걸까? 재계와 금융권에서는 현재현 그룹 회장 등 오너 경영진의 그릇된 판단이 화를 키웠다고 입을 모은다. 과감한 자산 매각과 사업 구조 개편으로 위기를 탈출할 기회가 있었지만, 계열사 지분과 경영권에 지나치게 집착해 번번히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 동양매직 매각 동양이 최후의 자금줄의 하나로 기대했던 동양매직 매각 과정은 오너 경영진의 오판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동양은 그룹의 재무 상태를 개선할 목적으로 올해 동양매직 매각 작업을 시작해 지난 6~7월께 교원그룹과의 협상이 마무리 단계까지 접어들었다. 그러나 교원과의 협상 막바지에 사모펀드인 케이티비피이(KTB PE) 쪽으로 방향을 갑자기 틀었다. 케이티비피이 쪽은 동양네트웍스가 600억원을 케이티비피이 사모펀드에 후순위로 출자하면 1800억원에 사겠다는 제안을 했다. 교원그룹이 제시한 인수가는 1600억원 수준이었다.

당시 협상과정에 밝은 한 투자금융업계 고위 임원은 “케이티비피이에 매각되면 동양에 들어오는 현금은 1200억원(매각가-동양에트웍스의 출자금)으로 교원에 팔 때 확보할 수 있는 현금(1600억원)보다 낮았다. 하지만 케이티비 쪽이 우선매수권(콜옵션)을 준다는 제안에 동양이 생각을 바꿨다”라고 말했다.

당시 4조원에 이르는 기업어음과 회사채 등 시장성 부채를 조금이라도 줄여야 할 상황에서 더 많은 현금 확보가 아니라 나중에 지분을 되찾을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우선시 한 셈이다. 한 신용평가사 애널리스트는 “교원그룹 과의 딜(거래)이 깨진 배경을 뒤늦게 알고 황당했다. 위기 상황을 가벼이 봤거나 동양매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 미련의 덫 동양은 과거 구조조정 때도 동양매직 매각과 똑같은 판단을 했다. 동양은 1997년 외환위기 때 동양시멘트 지분 49%를 외국계 기업 라파즈한라에 매각하면서도 콜옵션을 챙겼다. 동양그룹 전직 임원은 “2000년대 중반께 콜옵션(지분 되오기) 행사 시한이 만료였다. 당시엔 자금이 없어 일단 투자자를 끌어들여 만든 사모펀드에 넘겼다가 2011년 동양생명 매각 자금 등으로 시멘트 지분을 되사왔다”고 말했다. 부채 축소를 위해 내다판 동양생명 매각 대금 일부를 동양시멘트 지분을 되사는데 사용한 것이다. 동양은 동양생명 매각 때도 콜옵션을 붙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008년부터 동양에 기업어음 비중을 줄이도록 권고했다. 동양은 동양생명 매각으로 권고를 이행한다고 했지만, 돈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갔다. 이게 동양이 1조원대 기업어음을 3년 넘게 돌리게 된 패착의 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2008년 동양증권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6개월에 500억원씩 기업어음 감축을 권고했지만 동양은 이행하지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구조조정은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하다. 하지만 동양은 매각 대상 자산에 대한 미련과 판단 실수로 스스로 기회를 놓쳐버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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