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책금리 상단과 한국의 기준금리가 동일한 가운데, 미국의 3월 금리인상이 유력시되면서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은이 6일 공개한 금융통화위원회(1월18일 개최) 본회의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앞으로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더욱 진전되면 2013년 ‘긴축 발작’(테이퍼 탠트럼) 당시와 같이 신흥국에서 자본이 대거 유출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시사하자 신흥국의 통화·채권·주식이 급락했던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한은의 고민은 3월20~21일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인상되면,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된다는 점이다. 신흥국인 한국의 금리 매력이 떨어지면서 자본의 국외 유출 우려가 커질 수 있다. ‘금리 역전이 바로 대규모 자금이탈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지만, 환율 상승(원화 약세) 등 다른 요인이 겹치면 한국 투자요인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의 관심은 이달 27일 이주열 한은 총재가 주재하는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쏠리고 있다.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와 미국 채권금리 급등 등은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요소들이지만, 국내 상황은 그렇지 않다. 경기 과열을 우려할 상황이 아닌데다 1월 물가상승률도 1%에 그칠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자칫 섣부른 금리인상은 미약한 경기회복세를 약화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도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하반기에 이뤄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날 아침 이주열 총재는 출근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국내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유심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한은 뉴욕사무소는 지난 2일 공개한 ‘최근 미국 경제 상황과 평가’ 보고서에서 “1월5일 16개 투자은행에 연준의 3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지 물었더니 13곳이 ‘인상’ 의견을 내놨는데, 2월2일 조사에서는 16곳으로 늘었다”며 “연준의 3월 및 연중 금리인상 기대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2018년 금리인상 횟수도 2회라고 답한 투자은행이 1월5일 조사 때 4곳에서 2월2일 조사 때 1곳으로 줄었는데, 대신 3회(8곳→9곳)와 4회(4곳→6곳) 인상 전망을 한 투자은행이 늘었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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