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13일 기준금리 인상을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이에 시장에서는 채권금리가 급등(채권값 하락)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고,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금융통화위원회)은 떨떠름한 반응 속에서 대책을 논의하는 등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이낙연 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 낮춘) 금리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딜레마가 될 것’이라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자금 유출이라든가 가계부채 부담 증가 등 문제들이 계속될 것”이라며 “이 문제(금리 인상)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됐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2014~15년 당시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에 비판적인 견해를 밝힌 박영선 의원의 질문에 긍정하는 형식이었지만, 총리의 금리 언급에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전날 기준금리 동결을 시사했던 신인석 금통위원 발언으로 3bp(1bp=0.01%)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던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이 총리 발언 직후 4~5bp나 뛰었다. 이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판단할 문제”라며 “(이 총리의 발언은) 원론적인 이야기였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한은은 공식적인 반응은 피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에 관해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금통위는 가계부채나 부동산 문제 말고도 경기 상황이나 물가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준금리를 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총리가 그런 말을 하면 (정권이 시키는 대로 하는 모양새가 돼) 금통위에서 금리를 인상하는 게 더 어려워질 수도 있는데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날 오후 늦게 한은에서는 수뇌부와 실무부서 책임자들이 모여 발언 배경 파악과 파장 등을 논의하는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2014~15년 당시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다. 하지만 그 결과 유동성이 확대돼 가계부채 문제와 부동산 폭등의 중요한 요인이 된 것은 사실이어서 ‘가계부채 문제는 한은도 공동정범 아니냐’고 지적해도 딱히 할 말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이순혁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