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로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알뜰폰+자급제폰’ 조합이 인기를 끌고 있다. 자급제폰이란 휴대전화 공기계를 직접 구입한 뒤 원하는 통신사에서 개통해 사용하는 방식을 뜻한다. 약정 할인에 묶일 필요가 없어, 비싼 요금제를 울며 겨자먹기로 쓰지 않아도 된다. 이에 ‘실용파’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위메프가 26일 내놓은 최근 3개월 판매 데이터를 보면, 위메프 내 ‘자급제폰’ 분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4% 늘었다. 알뜰폰 업체의 유심칩을 따로 구매해 이용하는 ‘알뜰폰’ 분야 매출도 같은 기간 71% 늘었다. 미개봉 새 제품이나 리퍼폰을 포함한 ‘공기계·중고폰’ 카테고리 매출은 371% 증가했다.
위메프 관계자는 “알뜰폰과 자급제폰을 결합해 이용하면 같은 사용량을 기준으로 이동통신 3사 요금제를 사용할 때보다 월평균 3만원 가량의 통신비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중장년층이 알뜰폰의 주요 타깃이었지만, 최근 물가가 치솟으며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엠제트(MZ) 세대에서도 알뜰폰 선호도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설문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달 발표한 ‘2022 상반기 이동통신 기획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상반기 알뜰폰 이용자 평균 만족도가 65%로 이통 3사(55%)를 크게 앞섰다. 이전까지 ‘부동의 1위’였던 에스케이텔레콤(SKT·61%)을 두 번 연속 앞질렀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지난달에만 5만8566명이 이동통신 3사에서 알뜰폰 업체로 옮겨갔다고 밝혔다.
알뜰폰과 자급제폰 수요가 늘면서 이통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케이티(KT)는 25일 발간한 지속가능경영(ESG) 보고서에서 자급제 단말기와 알뜰폰 사업자의 저렴한 요금제를 조합해 쓰는 엠제트 세대가 늘고 있는 상황을 ‘잠재적 사업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케이티는 “알뜰폰 가입자 확대로 이동통신 시장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다”며 “20대에서의 알뜰폰 강세가 지속되며, 중장기적으로 핵심 고객층 이탈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