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의행동이 지난 17일 종로구 에스케이(SK) 서린빌딩 앞에서 횡재세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국책연구원인 산업연구원이 일부 업종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원자재값 상승분보다 크게 올렸다며 현장조사를 벌여 과도한 이윤을 챙긴 것으로 확인되면 이른바 ‘횡재세’ 도입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국회에서 정유 업계 등을 상대로 횡재세 도입 논의가 있었지만, 국책연구원이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8일 ‘우리나라 인플레이션의 특징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내어, 우리나라의 최근 인플레이션은 에너지·식품 등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비용 인상형’ 인플레이션이라고 분석하며 이런 대응을 주장했다. 보고서는 지난 6월 기준 우리나라 수입 물가 상승률은 33%가 넘고, 수입 물가의 생산자 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여율은 73∼82%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석유·석탄 제품을 비롯해 일부 품목은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상승 폭과 국내 판매가 상승 폭이 큰 격차를 보였다. 그 중에서도 석유·석탄 제품은 판매가 상승률이 비용 상승률보다 30.1%포인트나 높았다. 이어 철강 1차 제품(10.1%포인트), 문화여행서비스(10.0%포인트), 금속가능제품(8.4%포인트), 목재·목제품(5.1%포인트) 등의 순이었다. 반면 공공부문 비중이 높은 전력과 가스는 판매가 상승률이 비용 상승률보다 각각 26.1%포인트, 24.4%포인트 낮았다. 정부가 석탄·가스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요금 인상을 억제해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4대 정유사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제품 판매가간 괴리를 바탕으로 상반기에만 12조320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3조8995억원)에 견줘 215.9% 늘었다. 업체별로는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이 3조9783억원, 지에스(GS)칼텍스는 3조2133억원, 에쓰오일은 3조539억원, 현대오일뱅크는 2조748억원을 거뒀다. 강 연구위원은 “올해 들어 정유업계의 마진과 이익이 많이 증가한 것은 가격 대비 비용 격차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조사를 통해 실제로 가격 상승이 비용 상승 폭에 비해 과도하고, 이것이 해당 업계의 이윤 증가로 이어지고 있음이 확인되면, 초과이윤세나 행정지도 등 적절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초과이윤세는 갑작스럽게 막대한 이윤을 거둔 기업에 추가로 세금을 징수하는 것을 말한다. 영국·스페인 등은 에너지기업을 상대로 도입했고, 미국 등은 검토 중이다. 우리나라는 국회에서 도입 주장이 나왔지만, 정부는 반대하는 상황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횡재세 도입 주장에 대해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과 기업이 서로 잘 이겨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같이 하지만, 그렇다고 횡재세로 접근하는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환율 관리 필요성도 강조했다. 올해 1~6월 평균 수입 물가 상승분 가운데 약 3분의 1 가량이 환율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원화 기준으로 수입 물가 상승률이 33.8%포인트 오른데 비해 달러 기준으로는 21.4%포인트 올랐다며, 그 괴리만큼이 달러 강세에 따른 환율 상승 영향이라는 것이다. 강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인플레처럼 수입 물가 변동이 인플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에는 환율 관리 역시 효과적인 정책 수단의 하나”라며 “적절한 환율 관리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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