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홀딩스 청년주주행동을 기획한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의 김민 대표(맨 왼쪽), 빅웨이브 회원이자 주주제안에 참여하고 있는 대기업 회사원 ㄱ씨, 한 법학전문대학원 1학년 ㄴ씨가 지난달 23일 저녁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여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포스코도 ‘전환은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해왔다. 그런데 전 세계 각 나라의 규제가 더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 공급망 관리 차원에서 철강을 사용하는 많은 기업들이 탄소배출을 적게 한 철강 생산을 요구할 것이다. 주주 입장에서 볼 때 ‘시급한 문제’라는 포스코의 말을 지금으로서는 믿기가 어렵다.”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의 김민 대표, 빅웨이브 회원이자 대기업 회사원인 ㄱ씨,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1학년에 재학 중인 ㄴ씨는 주주행동에 나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들은 오는 17일로 예정된 포스코홀딩스 주주총회에 맞춰 공개주주서한을 보낼 예정이다. 포스코 주주 자격으로, 포스코의 탄소저감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아 주주들의 수익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고자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지난 1월 뜻을 같이 하는 주주들을 모으기 위해 포스코홀딩스에 주주명부를 열람시켜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뒤, 지난달 20일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주주들의 참여를 제안하는 누리집(bside.ai/poscoholdings)을 열었다. 이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모은 주주들과 ‘포스코홀딩스 불개미연대’를 조직해, 주주 참여 캠페인을 이어가기 위한 누리집(www.poscojujufire.com)을 따로 열었다. 오는 3일 서울 여의도에서 일반주주, 기관투자자, 의결권 자문사 등을 상대로 이번 캠페인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다.
한국 대기업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 1위 업체는 수년째 포스코(최근 5년간 연평균 7582만톤)그룹이다. 전체 배출량의 약 10%가 포스코에서 배출된다. 이 때문에 포스코도 2020년 12월 아시아 철강사 최초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7~2019년 평균 대비 10%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난 21일에는 6천억원을 투자해 전남 광양제철소에 전기로를 신설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기존 용광로와 비교해 75%의 탄소 저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환영하지만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라며 “더욱 적극적인 감축 노력이 필요하고, 탄소 저감 계획 이행 시점을 더욱 구체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캠페인에 나선 이유”라고 했다. 2030년까지 수백만톤 감축하는 것만으로는 남은 수천만톤 감축 의지를 확인할 수 없고, 그럴 경우 포스코의 미래 경쟁력도 없다는 이유에서란다.
“포스코는 세계적인 철강회사로, 이미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이 경쟁력이 유지되려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1년간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가 1주당 순자산의 몇 배로 매매되고 있는지를 보는 주가 기준)은 0.4배 수준으로 낮다. 우리는 이런 저평가 원인 중 하나가 환경·사회·거버넌스를 고려한 경영(ESG)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국외 철강사와 포스코를 비교하며 심각성을 설명했다. 세계 최초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수소 가스를 사용해 철광석을 환원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스웨덴 사브(SSAB)는 2026년부터 이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세계 1위 철강사 중국 바오우철강도 2024년부터 직접환원철을 생산하며, 2035년까지 탄소 30% 감축 목표를 세워둔 상황이다. 반면, 포스코는 2028년까지 수소환원철을 연산 100만톤씩 시험 생산하는 일정을 갖고 있다.
“(화석연료인 석탄과 철강석을 원료로 철을 만드는) 철강사의 전환이 느릴 수밖에 없는 것을 이해한다. 그렇지만 탄소배출이 적은 ‘그린 철강’을 구매하도록 국제 무역질서가 잡혀가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주주들에게 탈탄소 계획을 발표 중인 포스코. 그러나 국외 철강사보다 노력 정도가 부진하다고 빅웨이브 포스코 주주들은 지적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불개미연대·빅웨이브 제공
2026년부터 시행되는 유럽 탄소국경조정제도에 따라 탄소를 많이 발생시키는 철강 제품은 탄소 배출량에 따른 추가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이미 전 세계 자산운용사와 연기금 등 615개 투자기관이 가입한 글로벌 기후행동 투자자 그룹 ‘기후행동 100+’가 포스코홀딩스를 비롯한 세계 온실가스 다배출 167개 기업을 상대로 기후대응 조치를 압박하고 있다.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참여하고 있는 삼척석탄화력발전소의 퇴출을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포스코가 탈탄소 노력을 구체화하고, 주주와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2030년까지 연도별 목표가 포함된 새로운 목표와 이행방안 제시’ ‘감축 목표 상향’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 요구에 대한 입장과 대책’ ‘국외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계획 구체화’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와 소통을 위한 탄소중립 기업설명회 연 1회 이상 개최’ 등을 요구했다. 주총 뒤 30일 이내에 이사회를 통해 공식 답변해달라고 회사에 요구했다.
“포스코 대주주(8.99% 지분)인 국민연금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세워진 포스코의 역사, 대주주인 국민연금 등을 생각하면, 포스코가 미래 경쟁력을 잃지 않으려는 책임을 다 해야 한다. 기후 대응도 그 중 하나이다. 주주마다 미래를 보는 관점이나 속도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동안 주주의 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포스코홀딩스는 이에 대해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며 “빅웨이브가 질의한 요구 사항의 답변 시한인 4월 중순까지 충실한 답변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관련 부서와 협의해 입장을 설명할 예정이다. 2050년까지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전기로 신설, 에너지 효율 개선, 탄소포집저장활용 기술 고도화 등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