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12일 유튜브를 통해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치료제와 진단키트 개발계획, 마스크 100만장 무상지급 계획을 밝혔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가운데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 “무리한 개발 과정을 선택해서라도 최단 시간에 치료용 항체와 신속 진단 키트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코로나19를 두고 국내에서는 15개 기업과 4개의 정부기관 등이 치료제 개발에 돌입한 상태다.
서정진 회장은 12일 오후 유튜브 스트리밍 방식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월 서울대병원을 통해 확보한 완치 환자 혈액을 바탕으로 3월 중 항체를 발굴하고 항체가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 작업을 4월 말까지 마칠 계획”이라며 “이르면 6개월 안에 임상을 시작해 동물실험 단계에서부터 인체에 투여할 수 있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통상 항체가 개발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동물실험과 1~3상 임상을 모두 거치면 빠르면 18개월 정도다. 서 회장은 “임상에 참여하는 환자 수를 크게 늘려서 임상 단계에서도 환자들이 약물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무리한 개발 프로세스를 선택해서라도,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고라도 진행하겠다”고 했다.
서 회장은 전문의 없이 환자가 혼자 사용해 10∼20분 안에 결과가 나오는 진단키트도 만들겠다고 이날 밝혔다. 현재 코로나19 감염 확진에 쓰이는 ‘역전사 정량 유전자 증폭 기술’(RT-qPCR) 검사법은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결과가 나오는 데 최소 몇 시간 정도가 걸린다는 단점이 있고, 업계에서 개발 중인 ‘신속진단키트 방식’은 검사가 빠른 반면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은 두 방식의 장점을 합해 신속진단키트의 형식을 갖추되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진단키트와 항체 개발에 200억원을 1차로 배정했으며 연구 자원을 24시간 교대 체제로 가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 사업장이 있는 인천과 충북의 주민 50만명에게 필터 삽입이 가능한 면마스크 100만장을 무상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지난 9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국내에서는 15개 제약·바이오기업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거나 준비 중이다. 예방 백신의 경우 지씨(GC)녹십자·에스케이(SK)바이오사이언스 등 기존에 독감백신 개발 역량을 갖고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치료제는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후보 물질을 발굴하거나 기존에 출시했던 의약품에서 코로나19에 효능이 있는 제품이 있는지 검증하는 방식으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국립보건연구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4곳의 정부 기관도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