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흥동 쿠팡 고양 물류센터 폐쇄로 28일 쿠팡 화물 차량 진입이 통제되고 있다. 고양/연합뉴스
국내외 전자상거래 업체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물류센터 운영상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상품 구색이 다양해질수록 물류센터에는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한데, 물류센터 근무환경의 특성상 거리두기 등 수칙이 잘 지켜지지 못하는 탓에 확진자가 속수무책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부천 물류센터와 고양 물류센터를 폐쇄한 쿠팡의 특징은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와 달리 상품 직매입과 직배송을 앞세운 점이다. 다양한 판매자를 입점시켜 판매자와 구매자를 중개하는 데 그치는 오픈마켓 형태와 달리, 쿠팡은 상품을 직접 사들여 창고에 보관하고 직접 배송까지 담당하기 때문에 빠른 배송이 가능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강조해왔다. 이러한 장점 덕에 쿠팡의 매출은 매년 증가해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64% 증가한 7조1530억원을 올린 것으로 공시됐다. 비대면 소비가 활성화된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전년 동기에 견줘 매출이 크게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사람의 손길을 다수 필요로하는 물류센터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자 확산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쿠팡 부천 물류센터 공정은 크게 고객 주문→픽업(창고에서 주문한 상품을 골라내는 것)→포장→지역별 분류→캠프(지역 대리점)로 배송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일부 공정의 자동화가 진행됐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사람이 직접 처리해야 하는 일이라는 게 업계 쪽의 설명이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한 공정에서 다른 공정으로 넘어가는 작업 정도는 컨베이어벨트가 하지만, 그 밖에 대부분의 작업은 사람이 직접 해야 한다. 무게, 모양이 제각각인 수백만 가지의 상품 중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골라내고 포장하는 일을 로봇이 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상품 가짓수가 더 많아지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는 약 3600명이 근무했고, 23일∼25일 이곳에서 발생한 확진자들은 픽업, 포장 등의 업무를 맡았다. 쿠팡이 지난해 밝힌 상품 품목 수(SKU)는 600만개다.
여러 명이 함께 일하는 곳임에도 거리두기나 마스크 착용 같은 생활방역 수칙 또한 잘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쿠팡 쪽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물류센터 입장이 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식당 등 휴식공간을 수천명이 함께 쓰는 과정에서 감염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28일 “물류센터 특성상 단시간 내에 집중적인 노동이 이뤄지는데 직장 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거나, ‘아프면 쉬기’ 같은 직장 내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미국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 직원들이 잇따라 코로나19로 사망하면서, 아마존이 코로나19 감염·사망 직원 현황을 공개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배송을 위해 쌓여 있는 아마존의 상품들. 뉴욕/AP 연합뉴스
쿠팡만의 문제도 아니다. 쿠팡이 벤치마킹한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도 물류센터 직원이 코로나에 감염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아마존 물류창고 직원 가운데 사망자 수는 지난 22일 기준으로 8명에 달하고, 아마존 직원 전체 확진자 수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미국 경제방송 <시엔비시>(CNBC)는 일부 아마존 물류센터는 축구장 26개를 합친 규모임에도 근무자들이 물건을 옮기거나 포장하는 과정에서 “어깨와 팔꿈치를 맞대고”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 여파로 아마존이 직원들의 집합 회의를 취소하거나 센터마다 1억개의 마스크를 지급하고 약 2300개의 손 씻는 공간을 추가하는 등의 조처를 했지만, 직원들이 손으로 짐을 옮기고 터치스크린을 함께 쓰는 것까지 막지는 못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아마존 노동자의 안전 문제가 제기되자 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APG) 등 주요 투자자들은 아마존에 노동자 보호가 얼마나 실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등에 관한 자료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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