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정부가 21일 내놓은 전방위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이 스스로 명분으로 내세운 ‘주택시장 연착륙’을 실제로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시장에선 다주택자에게 세제 혜택과 기대수익을 몰아주는 방식의 부양책은 집값 연착륙보다는 되레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또 급격한 정책 변화로 인해 시장 예측이 어려워지면서 주택을 구입하거나 매각할 예정인 수요자들의 혼란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대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주택자 주택 취득세 중과세를 2년 만에 폐지하고 주택임대사업 허용 대상에 아파트를 재도입해 다주택자의 기대수익을 크게 높이기로 한 조처다. 이는 최근 ‘거래 절벽’ 현상과 함께 집값 급락 우려가 커진 아파트 시장에 고수익을 노린 투기성 자금을 끌어들여 가격 하락을 막고 거래 활성화도 도모하겠다는 뜻이다.
시장에선 특히 임대사업용 주택은 취득세 50~100% 감면을 적용하고 15년 이상 장기임대할 경우에는 보유세·양도세 등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주택을 수도권 공시가격 9억원 이하로 높여주기로 한 점에 주목한다. 이렇게 되면 서울 등 수도권의 시세 12억~13억원 아파트도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수 있다. 다주택자와 법인 등이 그동안 규제가 덜했던 지방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저가주택 외에 수도권과 부산 등 대도시의 고가 아파트도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내년 1월로 예정된 규제지역 추가 해제도 관심을 모은다. 정부는 올해 세 차례에 걸쳐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해 현재 서울과 과천·성남(분당·수정구)·하남·광명시 등 경기 4개 지역만 조정대상지역으로 남아 있다. 이에 최근 집값 하락폭이 큰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강북 지역과 과천·성남·하남·광명시가 규제지역에서 풀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동시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분상제) 적용 지역도 크게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분양가 상한제 지역은 집값 상승 선도지역과 정비사업 이슈가 있는 서울 강남 등 13개 구와 경기 3개 시(과천·하남·광명)의 322개 동이다. 시장에선 최근 집값 하락폭이 큰 광명 등 경기지역과 서울 강북권 일부 지역이 분상제 대상 지역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분상제 대상지역에서 풀리게 되면 분양가격이 상승해 주변 집값을 자극할 우려가 커지고 실수요자들의 부담은 커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전방위적 규제 완화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어서 주택시장에 끼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소장은 “주택시장 경착륙 방어를 위해 정부가 풀 수 있는 규제를 한꺼번에 다 풀었다”며 “지금은 경제 비상상황으로 가계부채를 걱정할 시점이 아니라는 게 정부의 인식이지만 향후 시장 상황이 바뀌면 이번에 풀린 규제가 다시 집값 상승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이번 규제 완화 대책 가운데 취득세율 인하, 아파트 주택임대사업 복원 등 법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에서 야당이 반대해 입법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경우 시장 혼란이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이런 부작용 가능성 등까지 면밀하게 고려하지 않고 의욕만 앞세운 채 대책을 발표한 것은 성급한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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