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공덕동 일대 단독주택, 빌라촌.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5월1일부터 전세보증금이 집값의 90% 이하인 주택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상품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보증공사는 지난 2월 정부가 발표한 전세사기 방지 대책에 따라 다음달 1일부터 전세보증이 가능한 주택의 전세가율(주택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종전 100%에서 90% 이하로 낮춰진다고 최근 누리집 홈페이지에 고지했다.
전세금반환보증은 보증에 가입한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보증공사가 대신 전세보증금을 임차인에게 지급한 뒤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처음 만들어진 2013년 당시 보증대상 전세가율은 아파트가 90%, 연립·다세대는 70% 이하였다. 그러나 이후 심각해진 전세난과 함께 임차인 전세금에 대한 공적 보호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2017년 2월부터 주택 유형에 관계없이 100%로 높아졌다.
그런데 지난해 ‘빌라왕’ 사건에서 보듯 악성 임대인이 신축 빌라의 시세를 부풀려 임차인으로부터 집값을 초과하는 전세보증금을 받고 전세금반환보증 가입을 유도한 뒤 새로 바뀐 명의상 집주인이 갑자기 사망하거나 잠적하는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전세보증을 악용한 이른바 ‘무자본 갭투기’를 막기 위해 보증대상 전세가율을 90%로 낮추는 한편 주택가격 산정시 최우선으로 적용했던 감정가를 공시가격과 실거래가(KB부동산·부동산테크 조사)가 없는 경우에만 적용하기로 했다. 감정가를 적용 후순위로 돌린 것은 일부 감정평가사가 전세금을 높이려는 악성 임대인과 짜고 신축 빌라의 감정가를 부풀린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번 제도 개선에 따라 빌라왕 등 악성 임대인이 무자본으로 빌라를 짓고 전세를 놓으면서 임차인의 전세보증을 악용했던 전세사기 행태는 발 붙이기가 좀 더 어려워진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보증의 보증 사고 피해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보증공사의 올해 1분기 보증사고 건수는 총 7974건으로, 지난해 4분기(2393건)의 3.3배에 이를 정도로 늘어나는 중이다. 보증사고가 증가하면서 보증공사가 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액도 1분기에만 5683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변제액(9241억원)의 60%를 넘어섰다.
다만, 다음달부터 보증대상 전세가율이 낮아진데 따라 다세대·연립 등에 전세로 입주하려는 임차인으로서는 전세보증을 이용하기가 조금 까다로워졌다는 불만도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의 ‘임대차시장 사이렌’을 보면, 지난 1~3월 실거래가 이뤄진 서울 다세대·연립의 평균 전세가율은 76.8%인데, 영등포구(86.3%)와 도봉구(85.2%) 등은 90%선에 가깝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다세대·연립 등 전세가율이 80~90% 수준이라면 계약 만료 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깡통전세’ 위험이 크다”면서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려 전세가율을 낮춰서라도 전세보증에 가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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