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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서울 성동구 ㅎ아파트 부녀회 ‘짬짜미’ 풍경

등록 2006-06-16 19:05수정 2006-06-16 23:07

서울 강북지역 한  아파트에 나붙은 플래카드
서울 강북지역 한 아파트에 나붙은 플래카드
“버티면 오른다…32평 4억5천·43평 6억5천만원 밑으론 팔지말라”

‘이 희망찬 계절에 보다 쾌적하고 살기 좋은 아파트 단지로 만들어 가기 위해 주민 여러분과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갖고자 하오니….’

15일 오후 서울 성동구 ㅎ아파트 단지 곳곳에는 부녀회의 ‘주민토론회’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밤 9시를 넘기면서 20평 남짓한 이 아파트 경로당에는 주민 50여명이 모여들었다. 둘러앉은 이들은 대다수가 부녀회원들이고 군데군데 중년 남성들이 끼어 있었다. 댓바람에 ‘불만’부터 터져나왔다. “왜 우리 아파트는 3년밖에 안 됐는데 다른 곳보다 값이 못합니까?” 이에 한 남성이 맞장구를 친다. “현관이 너무 지저분해요. 왜 화분이나 짐을 입구에 잔뜩 쌓아 둡니까?” 연이어 화단을 깔끔하게 정리해야 한다, 가로등이 너무 어두워 밤길이 무섭다는 등의 ‘민원’이 1시간 가량 이구동성으로 쏟아져나왔다.

목소리가 커지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부녀회장 ㅁ아무개씨가 ‘본론’을 꺼냈다. “우리도 경쟁력 있는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 ‘단합’해야 합니다.” 그가 구체적으로 제시한 ‘매뉴얼’은 이렇다. △24평은 2억6천만원, 32평은 4억5천만원, 43평은 6억5천만원 이하로는 절대 내놓지 말 것 △인터넷에 매물을 올리지 말고 부동산에 직접 전화해 요구사항을 관철시킬 것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는 부동산과는 거래 자체를 끊을 것 등이다. ㅁ씨는 “당장 팔지 않더라도 이렇게 해야 아파트값이 오른다”며 “내일이라도 당장 부동산에 이 내용을 ‘통보’하겠다”고 말했다. 깨끗한 아파트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유리창 닦는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참석한 주민들 사이에 “그렇지”라며 공감하는 기운이 역력했다.


“비협조 부동산과는 거래 끊을 것” 지침 제시
전문가들 “쌓아올린 가격 한순간 무너질수도…”

아파트값을 올리려는 이른바 ‘짬짜미’ 풍경이다. 20개동 1530가구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는 이런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석달 사이 1천만원 이상 시세가 올랐다. 한 은행이 산정한 시세를 보니 이 아파트는 이달 들어 24평은 2억7천만원, 32평은 4억1천만원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43평은 최저 6억원 이상을 호가한다. 부녀회장이 제시한 ‘매뉴얼’은 32·43평의 경우 지금의 거래가격보다 1천만~5천만원 이상 값을 더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경쟁 상대’인 근처 ㄷ·ㅅ아파트에 견줘 2천만~1억원 이상 값이 낮다며 ‘우리 아파트가 저평가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부녀회장 ㅁ씨는 16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절대 아파트값을 담합해 올리려는 자리가 아니었다”면서도 “되도록이면 가까운 아파트와 비슷하게 (매물을) 내놓자는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곳 아파트상가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에도 부녀회에서 아파트값을 근처 ㄷ아파트에 맞춰달라고 요구했다”며 “일부러 값을 올리기 때문인지 거래가 뜸한 편”이라고 전했다.

함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정보분석팀장은 “요즘처럼 거래가 뜸한 조정기엔 아파트값 담합이 ‘성공’하는 예도 없지는 않다”며 “그러나 정상적인 가격을 왜곡해 실거래 자체를 위축시키므로 일시적으로 ‘쌓아올린 가격’은 한꺼번에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안창도 토지정의시민연대 공동대표는 “부녀회를 중심으로 한 아파트값 담합 행위는 자유시장경제를 파괴하는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며 “더구나 담합의 결과로 얻은 이익에 대해 세금조차 제대로 내지 않는 것도 지나칠 수 없는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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