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지역 한 아파트에 나붙은 플래카드
“버티면 오른다…32평 4억5천·43평 6억5천만원 밑으론 팔지말라”
‘이 희망찬 계절에 보다 쾌적하고 살기 좋은 아파트 단지로 만들어 가기 위해 주민 여러분과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갖고자 하오니….’ 15일 오후 서울 성동구 ㅎ아파트 단지 곳곳에는 부녀회의 ‘주민토론회’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밤 9시를 넘기면서 20평 남짓한 이 아파트 경로당에는 주민 50여명이 모여들었다. 둘러앉은 이들은 대다수가 부녀회원들이고 군데군데 중년 남성들이 끼어 있었다. 댓바람에 ‘불만’부터 터져나왔다. “왜 우리 아파트는 3년밖에 안 됐는데 다른 곳보다 값이 못합니까?” 이에 한 남성이 맞장구를 친다. “현관이 너무 지저분해요. 왜 화분이나 짐을 입구에 잔뜩 쌓아 둡니까?” 연이어 화단을 깔끔하게 정리해야 한다, 가로등이 너무 어두워 밤길이 무섭다는 등의 ‘민원’이 1시간 가량 이구동성으로 쏟아져나왔다. 목소리가 커지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부녀회장 ㅁ아무개씨가 ‘본론’을 꺼냈다. “우리도 경쟁력 있는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 ‘단합’해야 합니다.” 그가 구체적으로 제시한 ‘매뉴얼’은 이렇다. △24평은 2억6천만원, 32평은 4억5천만원, 43평은 6억5천만원 이하로는 절대 내놓지 말 것 △인터넷에 매물을 올리지 말고 부동산에 직접 전화해 요구사항을 관철시킬 것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는 부동산과는 거래 자체를 끊을 것 등이다. ㅁ씨는 “당장 팔지 않더라도 이렇게 해야 아파트값이 오른다”며 “내일이라도 당장 부동산에 이 내용을 ‘통보’하겠다”고 말했다. 깨끗한 아파트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유리창 닦는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참석한 주민들 사이에 “그렇지”라며 공감하는 기운이 역력했다.
“비협조 부동산과는 거래 끊을 것” 지침 제시
전문가들 “쌓아올린 가격 한순간 무너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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