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의장, 미분양 해소 내세워…‘집값 안정 저해’ 비판
한나라당이 지방 미분양 아파트 해소를 위해 지방의 1가구 2주택 보유자에게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금 감면은 또다시 부동산 투기를 불러와 모처럼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집값을 불안에 빠뜨릴 것으로 우려된다. 또 건설사들이 수요를 외면한 채 고분양가로 아파트 물량을 쏟아낸 것이 미분양의 근본 원인이라는 점에서 건설사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잘못된 처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2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심각한 지방의 미분양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현재 1가구 1주택자가 지방의 미분양 주택을 구입할 경우 종부세와 양도세에 대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방의 주택 미분양 사태가 건설사 붕괴, 은행 부실로 이어지면 지방 경제가 침체되는 등 건설사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1가구 1주택자가 미분양 주택 한 채를 더 구입해 두 채가 될 경우, 이로써 야기되는 종부세와 양도세를 감면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아직 검토 단계이며, 지방 미분양 사태 해결을 위한 여러 방안의 하나다. 내년 5∼6월까지 미분양 사태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한 뒤 하반기에 종합적으로 결정해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수도권의 미분양 주택에 대해서는 세금 감면 조처를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건설사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 지원이나 세금 감면 등도 검토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종부세는 세대별로 보유 주택을 합산해 세율(1∼3%)을 정한다. 또 양도세는 1가구 2주택 이상에 대해 중과세(2주택 50%·3주택 이상 60%의 단일세율 적용)하고 ‘장기 보유 특별공제’를 배제하고 있다.
만약 지방 미분양 주택에 1가구 2주택 세금 감면이 적용된다면, 양도세 중과세 예외 지역에 광역시들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지방 중소도시는 2주택이더라도 중과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또 종부세의 경우는 세금 액수를 산정하기 위해 세대별 보유 주택을 합산할 때 지방의 미분양 주택을 제외해주는 방안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1가구 2주택자 세금 감면 방안이 지방 미분양 아파트 해소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할 뿐 아니라, 한동안 잠잠했던 부동산 투기를 되살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백준 제이엔케이 대표는 “지방에는 투기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이는 다주택자에게 세제 혜택을 줄 경우 건설업계는 살아날 수 있겠지만 대도시권 집값 안정은 또다시 물건너가면서 서민들의 주거 불안을 야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 피비(PB)팀장도 “지방에는 이미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곳들이 많은데다 인구 감소 등 구조적 문제까지 겹쳐 있기 때문에, 세금 감면 조처가 일시적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미분양 아파트 해소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태호 최종훈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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