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 사는 정아무개씨는 올해 상반기 본인 명의로 분양받았던 새 아파트 ‘마포 프레스티지자이’의 분양계약 권리자(소유자)를 최근 아내와 공동명의로 바꿨다. 2년 뒤 새 아파트에 입주할 계획이라는 정씨는 “1가구 1주택자라고 하지만 부부 공동명의가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들어 건설업체를 찾았는데 이미 계약자 다수가 공동명의로 변경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요즘 새 아파트는 부부 공동명의가 대세인 것 같다”고 말했다.
10일 건설업계 말을 종합하면, 최근 서울지역에서 공급된 주요 새 아파트마다 부부 공동명의로 계약자를 변경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새 아파트는 애초 청약통장 명의자인 1인이 계약자인데,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절세를 위해 부부간 공동명의로 바꾸고 분양권의 절반을 증여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현대건설과 지에스(GS)건설이 공급한 개포동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일반분양된 1690가구 가운데 지난 7일 현재까지 64.4%인 1088가구가 부부 공동명의로 바뀌었다. 이 단지는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14억원대지만 주변 시세보다는 수억원이 낮아 ‘로또’로 불리면서 3만1천명이 청약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또 현대건설이 지난 7월 북아현동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신촌’은 345가구 가운데 142가구(41.1%)가 부부 공동명의 변경을 마쳤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부부 공동명의 변경 처리는 소수에 그쳤으나 올해 하반기부터 급증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지에스건설이 지난 4월 공급한 염리동 ‘마포 프레스티지자이’의 경우 최근까지 부부 공동명의 변경 처리가 전체의 33.8%인 134건에 이르렀다. 이 아파트는 전용 59~114㎡ 분양가가 7억~13억원대다. 그밖에 대림산업이 같은 달 대림동에 공급한 ‘e편한세상 보라매2차’는 41.9%인 262가구가 최근까지 부부 공동명의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신규 분양 아파트에 불고 있는 부부 공동명의 변경 붐은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에 따른 종합부동산세 강화가 영향을 끼쳤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분석이다. 세율 인상으로 종부세 부과액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규 아파트 계약자들이 절세를 위한 부부 공동명의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때 도입된 종부세는 2008년 가구별 합산 과세가 위헌 판정을 받아 인별 과세로 바뀌었으며, 이로 인해 부부가 공동으로 주택을 소유하면 과세 대상에서 벗어나거나 과세표준이 낮아져 세금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예컨대 최근 국회를 통과한 종부세법에 따르면 내년 공시가격 12억7천만원(시가 18억원)짜리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는 종부세액이 104만원이지만, 부부가 주택을 공동소유한 때는 공시가격 6억3500만원짜리 주택을 각자 보유한 것으로 간주돼 부부 합산 종부세가 28만원 정도로 크게 줄어든다. 이 경우 부부 각자의 종부세는 6억원 초과액(3500만원)에 대해 부과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1주택자 뿐만 아니라 다주택자도 부부 공동명의로 부동산을 보유할 경우 상대적으로 절세 효과가 커지는 등 현행 종부세법의 인별 과세 방식에는 근본적인 약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주택 합산가액이 수십억원대인 다주택자라도 부부간 공동명의를 활용하면 낮은 세율을 적용받아 종부세액을 상당 폭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안수남 세무법인 다솔 대표세무사는 “정부가 내년부터 고가 1주택, 다주택자의 종부세를 강화하고 내년도 주택 공시가격도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절세를 위한 신규 분양 아파트 부부간 증여가 유행을 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기존 주택을 공동명의로 바꿀 때는 취득세, 증여세 부담이 커지는 대신 장기보유공제를 받을 수 없어 되레 세금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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