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4 주택공급대책’에서 밝힌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에 서울시내 재건축 단지들이 실제 얼마나 참여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을 통해 공급하겠다고 제시한 주택 수는 5만호로, 이는 서울의 추가 주택공급 총량 11만2천호의 45%에 이른다. 이 사업이 재건축 단지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이번 공급대책의 신뢰성까지 하락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제1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선도사례를 발굴하는 등 공공 재건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우선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 유형을 신설하고 공공참여 방식 다양화를 위한 근거법령(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을 정비하기로 했다. 전날 정부의 공공 재건축 방안과 관련해 불협화음을 냈던 서울시도 정부 방침에 협조하겠다면서 한발 물러섰다.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은 공공 참여 시 층고 제한을 기존 35층에서 50층까지 풀고 용적률을 300~500%까지 높여 재건축 주택 수를 최대 2배 정도까지 늘려주는 방식이다. 이때 늘어나는 용적률의 50~70%는 공공주택 기부채납으로 환수한다. 재건축 사업성을 높여주는 대신 개발이익으로 신혼부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청년 등이 입주할 공공주택을 짓도록 해 서민 주거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의 사업 참여를 전제로 한 도시규제 완화를 통해 꽉 막힌 재건축 사업의 물꼬를 트겠다는 뜻도 있다.
다만 정부가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을 통해 공급하겠다는 목표 주택 수 5만호가 현실성 있는 수치인지 여부에 대해선 우려하는 시각이 없지 않다. 정부는 대책 발표 때 서울에서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사업시행 인가를 받지 않은 단계에 놓인 93개 사업장(26만가구) 가운데 약 20%가 공공 재건축에 참여하는 것으로 전제해 5만호를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실제 재건축조합에 의견을 타진하는 등의 사전 조사 작업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부동산 업계에선 정부 대책 발표에 앞서 시장이 예상했던 ‘서울 10만가구 공급설’ 이상의 목표를 제시하기 위해 공공 재건축 물량을 지나치게 높게 잡은 것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공공참여 고밀 재건축에 대한 서울시내 재건축조합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35층 층고 제한이 풀리면 가장 먼저 수혜를 볼 것으로 거론되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대부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반면 비강남권의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일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현재 계획 중인 재건축 용적률 300%가 500%로 높아질 경우 최소 4천가구 이상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지만, 반응은 차갑다. 이정돈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장은 “기부채납 비율이 30% 정도라면 모를까 최대 70%를 정부가 환수한다면 사업성이 안 나온다”며 “주민들의 반대가 심해 조합원 총회 등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잠실주공5단지 등도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최근 일부 단지 정밀안전진단을 시작으로 재건축 사업에 잇따라 나서고 있는 목동신시가지아파트도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에 선을 긋는 분위기다. 목동 재건축 추진위원회 모임인 ‘양천연대’ 관계자는 “목동신시가지는 정상적인 300% 용적률만 적용해도 기존 2만6천가구가 5만가구 이상으로 크게 늘어난다”며 “용적률 증가로 교통난이 가중될 공공 재건축은 목동과는 거리가 있다는 게 주민들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강북권에서는 “한번 검토해보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노원구 월계동 ㅇ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노원구 월계동과 상계동 일대 재건축 추진 단지에선 이번 기회에 사업속도가 빠른 공공 재건축을 활용해보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며 “다만, 소형 위주인 강북권 아파트 단지에 강남과 똑같은 50~70% 기부채납 비율을 적용한다면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실익이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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