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회관.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국내 중소기업들의 조달 금리가 올해 초 연 2.9%에서 현재는 5.1% 수준으로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서 2~3%포인트 더 오르면 원리금을 갚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는 중소기업이 10곳 가운데 4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글로벌리서치에 맡겨 11월 들어 중소기업 500개사(제조업 300, 비제조업 200개)를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벌여 16일 내놓은 결과를 보면, 올해 초와 비교했을 때 금리 변화가 있다는 응답이 84.6%였고, 조달 금리 평균은 올 초 2.9%, 현재는 5.1%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달 금리는 소재지와 규모별로 달랐다. 수도권은 올 초 3.0%에서 현재는 5.0%, 같은 기간 비수도권은 2.9%에서 5.2%로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종업원 수 10명 미만은 3.0%에서 5.4%, 10~30명 미만은 3.0%에서 5.2%, 30명 이상은 2.8%에서 4.8%로 각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영세기업일수록 더 큰 이자 부담을 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매출액별로는 연 30억원 미만은 3.2%에서 5.2%로, 30억원 이상~100억원 미만은 2.9%에서 5.2%, 100억원 이상은 2.9%에서 4.9%로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임영주 중기중앙회 정책총괄실장은 “기준금리 인상이 곧바로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시차 문제를 고려할 때 중소기업 자금난은 앞으로 계속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0월에 2.50%에 3.00%로 대폭 올린 데 이어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원리금 상환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추가 금리 상승률 폭을 물은 항목에서는 ‘2~3%포인트’라는 응답이 37.5%로 가장 많았다. 이어 3~4%포인트 미만(28.6%), 4%포인트 이상(25.5%), 1~2%포인트 미만(6.8%), 1%포인트 미만(1.5%) 순이었다.
고금리 부담 탓에 자금 확보 또한 충분치 못한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외부 자금조달을 통해 필요 자금의 21~40% 정도만 확보했다는 응답(34.8%)이 가장 많았다. 이어 0~20% 확보(28.3%), 41~60% 확보(21.8%) 순이었다. 필요 자금의 81% 이상을 확보했다는 대답은 4.3%에 지나지 않아, 대부분 자금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부자금 조달 과정에서 겪는 애로사항(복수 응답)으로는 ‘높은 대출금리’를 꼽은 응답 비율이 67.1%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과도한 서류제출 요구’ 24.6%, ‘대출한도 부족’ 12.6%, ‘재무(매출액 등) 위주 심사’ 6.8%, ‘대출금 일부 상환 요구’ 4.6% 순이었다. 연 매출 30억원 미만 기업에선 ‘높은 대출금리’(78.8%)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현재 가장 필요한 금융 정책으로는 ‘금리부담 완화 정책’(46.4%)을 가장 많이 꼽았다. ‘기준금리 이상 대출금리 인상 자제’(33.6%), ‘신규자금 대출 확대’(10.6%), ‘장기분할 상환 제도 마련’(5.0%)이 뒤를 이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기준금리보다 가파르게 오르는 대출금리로 인해 고금리 리스크는 앞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저금리 대환대출 같은 정부의 적극적인 금융지원과 금융권의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 자제를 통해 중소기업의 고금리 애로를 함께 해결할 것”을 제안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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