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인 ‘조이비전’에 미용 기술과 브랜드를 제공하는 박준 뷰티랩의 박준(맨 오른쪽) 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청담동 박준뷰티랩 아카데미에서 앞으로 진행할 기술 교육에 대해 신나는조합 소정렬 상임이사, 국민은행 김승재 사회협력지원부장, 김재욱 조이비전 이사에게(왼쪽부터) 설명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빈곤층에 기술 가르치고 미용실 차려줘
유명 헤어디자이너 박준씨 등 지원 든든
유명 헤어디자이너 박준씨 등 지원 든든
도전 2007 ⑥ 사회적 기업 ‘조이비전’
미용 가위는 꽤 오래 전부터 가난을 자르는 도구였다. 시골에서 도시로 온 아가씨들의 꿈은 ‘미장원 하나 여는’ 것이었고, 가난한 동네일수록 수많은 미용실이 들어서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가족들을 먹여살렸다.
지난해 12월13일 출범한 사회적기업 ‘조이비전’의 꿈은 미용가위로 지역사회를 먹여 살리는 것이다. 미용 공동체를 창업해 일자리를 만들고, 독거노인과 병자들을 찾아가 미용 서비스를 해주며, 이익은 또 다른 미용실을 차리는 데 재투자해 빈곤의 굴레를 ‘싹둑’ 자른다는 게 조이비전의 ‘즐거운 비전’이다.
이 꿈은 지난해 봄 잉태됐다. 경기도 수원 우만자활후견기관에서 근무하던 김재욱 이사는 5년 전부터 미용 교육과 창업 지원, 방문 미용서비스 등을 펼쳐오면서 ‘지속 가능한 미용 프랜차이즈’를 떠올렸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용실도 최신 미용 트렌드에 대한 교육과 재정, 마케팅 노하우 등이 없이는 경영이 어려워졌습니다. 그렇다면 프랜차이즈 형태로 해보자, 전문가들의 힘을 모아 사업도 키우고 일자리도 만들어보자,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했습니다.”
김 이사가 찾아간 곳은 빈곤층에게 무담보 소액신용대출(마이크로크레딧)을 통해 자립을 지원하는 ‘신나는 조합’이었다. 빈민 운동으로 잔뼈가 굵은 소정렬 상임이사는 그의 이야기에 “빈곤의 여성화에 좋은 해결책이 될 것”이라며 무릎을 쳤다.
문제는 기술을 누가 제공할 것인가였다. 가난을 딛고 세계적인 헤어디자이너가 된 박준 원장(박준 뷰티랩)이 떠올랐다. 박 원장은 흔쾌히 ‘이런 일을 해보고 싶었다’며 승낙했다. 그도 각종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더이상 일회성 도움으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미용업은 기술단련 못지않게 정신적 단련이 중요하다”며 “자격증을 딴 뒤 최소 3년간 하루 12시간씩 서서 일해야 자립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데, 그때까지 꾸준히 꿈을 불어넣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민은행이 ‘소액대출에 기여하고 싶다’며 미용실 창업자금 지원에 나서고, 외국계 고급화장품 회사 클라란스는 미용 재료 지원을 약속했다. 때맞춰 올 1월3일 공포된 ‘사회적기업 육성법’에 따라 7월부터 정부의 세금 혜택 등도 뒤따른다. 현재 가맹점 3곳을 확보한 조이비전은 ‘조이비전-박준 뷰티아카데미’에서 여성가장과 장애인, 탈북 청소년 등에게 미용 교육을 하며 내년까지 가맹점을 30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매장은 방문 자활근로도 겸해 모두 200여개의 일자리를 만들게 된다.
“빈곤층 재기에 중요한 것은 종잣돈의 크기가 아니라 자존감의 회복입니다. 박준 원장과 국민은행 등 전문가들과 미용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다고 하니 미용을 배우는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이미 성공의 길로 접어든거죠.” ‘조이비전을 세계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소정렬 상임이사의 말이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빈곤층 재기에 중요한 것은 종잣돈의 크기가 아니라 자존감의 회복입니다. 박준 원장과 국민은행 등 전문가들과 미용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다고 하니 미용을 배우는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이미 성공의 길로 접어든거죠.” ‘조이비전을 세계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소정렬 상임이사의 말이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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