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전문가’인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이 전화로 여론조사를 진행하는 직원들을 지켜보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제공
세상을 바꾸는 직업 (20)여론조사 전문가
마케팅·사회분야로 세분
통계학·경영학 전공 유리
마케팅·사회분야로 세분
통계학·경영학 전공 유리
지난 9월 정부는 이른바 ‘부자 감세’ 논란을 불러일으킨 소득세 및 법인세 추가 감세안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애초 정부는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세금을 낮춰 가계소비와 기업 투자를 촉진시키겠다고 밝혔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경기가 계속 나빠진데다가 감세의 혜택이 부자에게만 돌아간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결국 청와대와 정부, 한나라당이 물러선 것이다.
이처럼 과학적인 기법을 동원해 여론을 심층 조사·분석하는 사람을 ‘여론조사 전문가’라고 부른다. 윤희웅(37)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여론조사 전문가의 역할을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는 일 또는 다양한 사람의 내면 심리와 의식을 파악해 깊이 분석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여론조사는 크게 마케팅 분야와 사회 분야로 나눌 수 있다. 마케팅조사는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의견을 묻고 분석하는 게 주된 임무다. 기존 제품을 개선하거나 신제품을 출시할 때 기업은 으레 소비자의 성향을 파악해보기 마련이다.
국가정책이나 사회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는 것은 사회 여론조사의 몫이다. 예컨대 정부는 ‘주5일 근무제’를 실행하기에 앞서 직장인들이 주5일 근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로 인해 발생할 문제점은 무엇인지 등을 파악하려 든다. 윤 실장은 “자칫 독단적으로 제도를 시행하다가는 사회갈등만 부추길 수 있어 국가정책에 여론을 반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어떤 전공을 택하는 것이 좋을까. 윤 실장은 대표적으로 경영학, 통계학, 심리학, 사회학을 꼽았다. 조사방법론 등 통계학 이론과 자료 분석에 관한 지식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조사 전문가의 경우엔 마케팅, 시장조사론, 광고론 등도 배워두면 도움이 된다. 대학 시절 조사전문회사에서 인턴을 하며 실무를 경험하면 취업에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지식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호기심이다. 윤 실장은 “새로운 현상의 이면에 숨겨진 작동원리를 분석해보고 싶은 마음이 없으면 여론을 제대로 분석할 수가 없다”며 “기술적인 것은 익히면 되지만, 호기심은 타고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감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 정신력과 체력도 필수다. 결과를 빨리 확인하고 싶어하는 고객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선 마감일 즈음에 밤샘 작업을 일삼아야 한다. 특히 선거 여론조사는 2~3일 만에 프로젝트를 마무리해야 하는 부담이 늘 따른다.
여론조사 전문가는 주로 리서치회사에서 근무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활동 분야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무슨 일이든 시작하기 전에 여론부터 살펴야 한다는 의식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컨설팅회사와 홍보회사에서도 여론조사 전문가를 많이 찾을 뿐 아니라, 리서치 분야 인력을 따로 두는 공공기업과 대기업도 생기고 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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