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 코치 분야 국내 1호 박사이자 국제코치연맹의 인증 코치인 김상범 김정문알로에 상무가 직원과 상담하고 있다. 김정문알로에 제공
세상을 바꾸는 직업 (22)코치 전문가
타인의 성장에 관심 있어야
전문기관 연수·자격증 필요
타인의 성장에 관심 있어야
전문기관 연수·자격증 필요
“누구든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어렵기에 누군가의 코치가 필요합니다.”
세일즈 코치 분야 국내 1호 박사이자 국제코치연맹의 인증 코치인 김상범(46) 김정문알로에 상무는 코치전문가를 ‘숨은 조력자’라고 부르며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객관적으로 자신을 돌아보도록 돕고, 잘하는 것과 다르게 해야 할 것을 스스로 깨닫도록 피드백 하는 게 코치전문가의 구실이라고 했다. 그래서 코치의 첫걸음을 ‘질문’이라고 밝혔다. “코치가 질문을 던져 스스로 답을 찾아내도록 길을 놓아줘야 합니다. 답을 미리 알려주면 ‘잔소리’와 다를 바가 없지요.”
김 상무가 코치를 접한 것은 2002년, 정수기 회사에서 일할 때였다. 방문판매 실적이 좋은 여성 직원들이 매니저로 승진하니까 되레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나처럼 잘할 수 있다’고 영업사원에게 잔소리하기에 바빴다. 영업사원과 매니저의 구실이 다르다는 걸 스스로 깨닫지 못한 탓이었다. 코치를 배우던 김 상무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영업사원과 매니저의 차이가 무엇일까’ ‘영업은 잘했는데 왜 매니저 일은 어려울까’ ‘매니저가 어떤 것을 잘하면 영업사원이 성과를 낼까’ 매니저들이 답을 찾을 때까지 묻고 또 물었다. 비슷한 위기를 잘 극복한 과거 성공사례도 들려줬다. 놀랍게도 매니저들이 스스로 깨우친 해답을 행동으로 실천하며 제몫을 찾아갔고, 그 결과 영업실적이 두배가량 올랐다.
김정문알로에로 옮긴 뒤에 김 상무의 소임은 더 커졌다. 김정문알로에는 한때 부도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현재는 이직률이 0%에 가까울 만큼 탄탄한 중견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임직원의 고민을 듣고 조언하는 코치를 일상화하고 ‘직원 기 살리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사내 복지가 향상된 덕분이다.
김 상무는 “직원의 향후 진로나, 업무의 어려움, 개인적인 고민 등 여러 방면에서 코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상사를 코치하는 게 매우 유효하다. 예컨대 업무를 지시받을 때 질문을 던져서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업무를 추진해야 할지 파악하는 방식이다. 상사와 내가 그린 그림이 동일한지 확인하는 절차를 미리 거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코치전문가로 일하려면 전문기관에서 여섯달 정도 교육을 이수하고 실습 경험을 일정 시간 쌓아 국내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가능성을 인정할 줄 알고 누군가의 성장에 관심이 있다면 코치전문가로서 자질을 갖춘 것이다. 김 상무는 “스펙은 필요 없지만 끊임없이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심리, 사회복지 등을 공부하면 좋다”고 말했다.
미국, 일본 등 외국 코치회사들이 국내에 진출하고, 국내 대학들이 코치학과를 개설하는 것을 보면, 코치전문가의 수요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제인증 코치는 15명 정도로, 일본(50명)이나 중국(20~30명)에도 뒤져 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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