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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직장·취업

창조와 반복…실제의 본질 담는다

등록 2011-12-07 20:33

건축모형제작소 디자인비아트의 모델러 김인관씨가 건축모형을 만들고 있다.  디자인비아트 제공
건축모형제작소 디자인비아트의 모델러 김인관씨가 건축모형을 만들고 있다. 디자인비아트 제공
세상을 바꾸는 직업 (23)모델러
수천 개 조각 붙이기 반복
“마감 뒤 보람…등산같은 것”
모형 만들기는 고된 직업이다. 수백, 수천 개의 조각을 하나하나 자르고 갈고 붙여야 한다. 밤을 수없이 지새우며 지루하게 반복하다 보면 마침내 모형이 실체를 드러낸다. 김인관(33) ㈜디자인비아트 모형사업부 부장은 “등산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산을 오를 때 힘겹지만 정상에 오르고 나면 뿌듯하잖아요. 마감시간에 맞춰 납품하고 고객사가 모형에 만족하면 보람을 느끼죠.”

산사람의 덕목인 은근과 끈기가 모델러에게도 필요한 이유다. 여기에 예술적 감각까지 갖췄다면 더 바랄 바가 없다.

김 부장은 “모형은 창조적일 뿐만 아니라 본질적”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세계를 이해하려면 실제의 본질을 담은 모형을 만들어봐야 한다’는 말이 있단다.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많은 예술가가 모형 만들기를 작품 작업의 한 과정으로 여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초보적 단계지만, 지난 10년간 모델러의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2000년 이후 주5일제 근무가 자리 잡으면서 박물관, 전시관 등이 많아지고, 지방자치단체 홍보관에서 도시모형, 작동모형을 주문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재 200개의 건축모형제작소가 설립돼 있다.

김 부장이 모델러의 길에 들어선 것은 우연이었다. 목공예자격증을 땄는데 손재주와 끈기가 있다는 평을 들어 전국대회에 나갔다가 모델러라는 직업을 알았다. 지인의 추천으로 모형제작회사에 취직했는데 어느새 10년차가 훌쩍 넘었다.

디자인비아트는 건축모형, 작동모형, 기획모형을 만드는 모형제작부문과 박물관기획·설계·시공을 하는 전시부문으로 나뉘는데, 김 부장은 건축물을 사실적으로 축소해 제작하는 일을 총괄한다. 모형을 직접 제작하고, 납품하며, 1년에 걸쳐 보수관리도 한다.

대표적인 작품이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를 재현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도시계획 10주년 기념행사로 제작된 거대한 도시모형으로, 제작기간만 4개월이 걸렸다. 피라미드 등의 고분과 고건축, 현대건축 등을 아우르는 복합적인 작업이어서 경험과 기술을 다 쏟아부었다. 제작을 마침내 끝냈는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카자흐스탄까지 옮기기엔 모형이 너무 크다는 것. 결국, 완성된 모형을 다시 분리해 수십 개의 컨테이너에 넣어 배로 배송했다. 전시현장에서 재조립하는 데만 2주가 걸렸다.

그러나 완성된 모형만 보고 환상을 가진 채 모델러로 뛰어들면 실망감만 맛본다고 김 부장은 말했다. 실제로 건축모형제작소에 어렵사리 취직했다가 한두 달 만에 떠나는 20대가 수두룩하다. 여러 명이 힘을 합쳐 마감기한에 맞춰 모형을 제작해야 하기에 장시간의 집중이 필요한 육체적인 노동이기 때문이다. “어떤 소설가가 ‘소설은 엉덩이로 쓴다’고 말했다는데, 이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와의 싸움을 견디고 이길 때에만 대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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