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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 푸틴 두딸도 제재…”러, 소련 생활수준으로 돌아갈 것”

등록 2022-04-07 08:03수정 2022-04-07 18:06

민간인 학살 규탄 추가 제재

백악관 “가족이 푸틴 자산 은닉”
러 최대은행 금융도 전면 차단
바이든, 신규투자 금지명령 서명
러, 경제 붕괴 의도 공개 언급
“지난 15년 성과 지워버리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 북미건설노조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 북미건설노조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러시아군의 ‘부차 학살’ 등 우크라이나 민간인에 대한 잔혹 행위를 비난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두 딸과 최대 은행 등을 제재하고, 러시아에 대한 신규 투자를 금지하는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러시아를 “소련식 생활수준”으로 되돌려놓겠다는 경고까지 내놨다. 부차 학살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와 진행 중이던 평화협상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내고, 미국은 말 그대로 러시아 경제를 끝장내려는 조처를 쏟아내면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대립은 점점 더 수습의 갈피를 잡기 어렵게 됐다.

백악관은 6일(현지시각) 푸틴 대통령의 두 딸에 대해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제재를 가한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의 아내와 딸, 대통령과 총리를 지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등 국가안보회의 주요 인사들도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재무부는 푸틴 대통령의 딸 카테리나 블라디미로브나 티호노바는 러시아 정부 및 군수산업과 연계된 기업 경영자라고 밝혔다. 다른 딸 마리야 블라디미로브나 보론초바는 푸틴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유전자 연구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으며, 이 프로그램은 크렘린에서 수십억달러를 지원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푸틴 대통령 딸들을 제재하는 것은 “가족이 그의 자산을 은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이 2013년 이혼한 아내와의 사이에 낳은 두 딸은 그동안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2015년 두 딸에 관한 언론의 질문에 “내 딸들은 3개 유럽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고 자랑하면서 “난 누구와도 가족 얘기를 안 한다”고 했다. 또 딸들이 “단지 스스로의 삶을 살 뿐”이라고 했다. <로이터> 통신은 2015년 그의 둘째 딸 티호노바가 지금은 결별한 남편과 함께 20억달러(약 2조4360억원) 규모의 석유화학회사 지분을 보유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백악관은 러시아 은행 자산의 3분의 1을 보유한 최대 은행인 스베르은행과 4위 알파은행에 대한 “전면 차단 제재”도 실시한다고 밝혔다. 두 은행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고, 미국 금융 시스템 접근도 차단된다. 단, 유럽을 고려해 석유와 천연가스 거래 분야는 제재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번에 공개된 조처는 유럽연합(EU)과 주요 7개국(G7) 등과 함께 시행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미국인과 미국 기업의 러시아에 대한 모든 신규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항공, 조선 분야 주요 국영기업들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법무부는 이와 별도로 러시아 신흥재벌 콘스탄틴 말로페예프를 크림반도 분리주의자들에게 자금을 댔다는 이유로 기소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번 조처의 목적이 러시아 경제를 붕괴 상태로 몰아가겠다는 것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북미건설노조 행사 연설에서 “단지 1년 만에 우리의 제재가 지난 15년간 러시아가 얻은 경제적 성과를 지워버릴 것”이라며 “러시아를 반도체와 퀀텀 기술 등 21세기 경쟁에 필요한 중요 기술로부터 차단시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별도 기자회견에서 “부차에서 발생한 역겨울 정도로 잔인한 사건으로 푸틴 정권의 야비한 본질이 비극적이게도 분명히 드러났다”며 “주요 7개국의 동맹들과 함께 주요국(러시아)에 대해 역사상 가장 엄혹한 제재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는 경제·금융·기술적 고립으로 빠져들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해서 1980년대의 소련식 생활수준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경제가 올해 10~15% 역성장하고 물가 상승률은 200%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가 경제난으로 국가부도를 선언했던 1998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3%였다. 당시보다 2~3배 더 엄혹한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고 예고한 셈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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