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크라이나군에 의한 전세 반전과 러시아의 군 동원령 발동으로 중대 기로에 선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은 이 전쟁이 정당하게 끝나길 원한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 의지를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말하며, 전쟁이 정당하는 끝난다는 것의 의미는 “한 국가의 영토를 무력으로 빼앗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걸 가로막고 있는 유일한 나라가 러시아”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 군사원조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러시아의 군사력 추가 투입과 맞물려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이 한층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주권국가를 지도에서 지우려고 이웃을 침략했다”며 “러시아는 뻔뻔하게도 유엔헌장의 원칙을 핵심을 위배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이 오늘 유럽을 상대로 핵 위협을 하면서 비확산 체제 의무를 거침없이 묵살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날 내린 군 동원령과 우크라이나 일부 합병을 위한 “엉터리 국민투표”를 두고도 “유엔 헌장에 대한 매우 중대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지금껏 우크라이나에 250억달러 이상을 지원했으며, 러시아가 전쟁범죄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동맹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국의 야망을 후과 없이 추구할 수 있다면 우리는 유엔이 상징하는 모든 것을 위험에 빠트릴 것”이라고 부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행태를 비난하면서 그동안 주장해온 유엔 개혁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세계의 요구에 더 잘 부응할 수 있도록 이 기관이 보다 포괄적으로 될 때가 왔다고 믿는다”며 “안보리의 신뢰성과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해 드물게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거부권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이것이 미국이 안보리 상임 및 비상임 이사국 확대를 지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오랫동안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카리브해 국가에 상임이사국 의석을 제공하는 것을 지지해왔다”고 했다. 현재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5개국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게 불어난 사상자와 불리해진 전황 속에서 이날 예비역 30만명에 대한 ‘부분적 동원령’을 발동한 가운데 진행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군의 병력과 화력 증강으로 더 격화된다면 우크라이나에 군사원조를 계속 제공해 반격의 발판을 마련해준 미국의 대응도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사정거리가 300㎞에 이르는 미사일을 제공해달라는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대해 러시아 영내를 타격할 가능성 때문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동원령 발표 연설에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암시한 것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에이비시>(ABC) 방송에 나와 “핵 보유국이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우리는 러시아의 전략 태세에 대해 최선을 다해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연설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인사들이 러시아에 대해 핵무기 사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주장하면서 “러시아도 많은 종류의 파괴 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을 그들에게 상기시켜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는 영토적 완전성에 대한 위협에 맞서기 위해 사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쓸 것이며, 이는 엄포가 아니다”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의 핵 위협에 대한 우려에 이어 북한 핵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시작하려는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계속해서 유엔 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짧게 짚었다. 또 미국이 이란과 핵협상에 복귀할 의사가 있지만 “미국은 이란이 핵을 보유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핵전쟁은 승자가 없는 전쟁이며 결코 일어나선 안 된다”며 “비확산 체제는 유엔의 가장 큰 성공 중 하나로 우리는 세상이 후퇴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만 문제에 관해서는 “(미국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추구하며 40여년간 분쟁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 우리의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며 기존 정책을 재확인했다. 아울러 미-중 경쟁을 두고 “우리는 분쟁이나 냉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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