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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바이든 “우크라 끝까지 지원”…젤렌스키 “우리는 승리할 것”

등록 2022-12-22 08:26수정 2022-12-22 13:26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우크라이나 전쟁 300일을 맞아 미국을 전격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계속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전쟁 중 첫 외국 방문길에 올라 오후 몇 시간만 워싱턴에 머문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며 항전 의지를 강조하고, “당신들이 승리를 앞당길 수 있다”며 지원을 호소해 미국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인들은 자유, 민주주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이라는 핵심 원칙에 대한 뻔뻔한 공격을 좌시한다면 세계가 나쁜 결과를 직면할 것임을 안다”고 말했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잔혹한 전쟁을 멈출 생각이 없다”고 비난하면서, “우리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우크라이나인들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폭압에 맞서 함께 승리하려고 싸우고 있다”며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을 가리켜 “정의로운 평화”를 추구하는 데 열려 있다며 평화 협상을 언급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는 “‘정의로운 평화’는 주권, 자유, 영토적 완결성, 침략 피해 보상과의 타협이 아니다”라며 비타협적 태도를 보였다. 러시아군의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폴란드 국경까지 열차로 간 뒤 미국 군용기로 방미한 그는 국방색 셔츠 차림이었다.

정상회담 머리발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방어 능력, 특히 방공 능력을 강화 노력을 지속하겠다”며 패트리엇 방공미사일 시스템 제공 이유를 설명했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당신 편에 설 수 있어 영광”이라고 했다. 미국은 이날 패트리엇 시스템을 비롯한 18억5천만달러(약 2조3800억원)어치의 추가 군사원조를 발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든 우크라이나인들의 가슴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감사”를 전한다고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뒤 최전선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사인한 자국 국기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건네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뒤 최전선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사인한 자국 국기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건네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저녁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영어 연설에서는 우크라이나는 2차대전 때 미국이 독일을 저지한 것과 같은 역할을 한다면서 “굴복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당신들은 돈을 자선하는 게 아니다”라며 “그것은 세계의 안보와 민주주의를 위한 투자로, 우리는 그것을 가장 책임 있는 방식으로 다룬다”고 말했다. 미국 정치권과 여론에서 지원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게 방미의 주목적임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미국은 전쟁 발발 후 우크라이나에 480억달러(약 61조3천억원)를 지원했고, 2023회계연도에 450억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된 예산안이 의회 표결을 앞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표결과 관련해 “내년에는 전환점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당신들이 우리의 승리를 앞당길 수 있다”고 호소했다. 또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미국 탱크와 비행기를 완벽하게 작동할 수 있다”며 탱크와 전투기 지원까지 요청했다.

앞서 내년 1월3일 출범하는 새 의회의 하원의장으로 유력시되는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백지 수표”는 곤란하다고 말해 양국 정부를 긴장시켰다. 하지만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합동회의에 불참하기는 했으나 참석자 대부분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기립박수로 맞았다.

양국 지도자들은 연대감을 강조하려고 상징적 물품을 주고받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방문한 최전선인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서 미국이 제공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을 운용하는 대위가 전달을 부탁했다는 십자무공훈장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라크전에 참전한 큰아들 보(2015년 병사)가 간직하던 부대 메달을 그 대위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의회 연설 뒤에는 바흐무트 전선 병사들 사인이 들어간 자국기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건넸고, 펠로시 의장은 이날 의사당에 게양한 성조기로 답례했다. 펠로시 의장은 81년 전 독일에 맞선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미국 의회에서 지원을 호소하며 한 연설에 이번 연설을 비유하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또 다른 영웅적 인물”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의회 연설 직후 우크라이나로 돌아갔다.

워싱턴/ 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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