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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블링컨-왕이, 뮌헨서 만나 ‘기구 사태’ 출구 모색할까

등록 2023-02-14 14:17수정 2023-02-14 14:38

미국 해군이 10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앞바다에서 건진 중국 기구의 잔해를 정리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미국 해군이 10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앞바다에서 건진 중국 기구의 잔해를 정리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중국 기구의 미국 영공 침범이 미-중 갈등을 증폭시킨 가운데 17~19일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에서 양국 외교 수장이 만나 긴장 완화의 단초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블룸버그>는 13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뮌헨안보회의에 중국 외교의 최고 사령탑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을 만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문제에 대해 잘 아는 관계자들은 양쪽이 동의하면 회동이 성사될 것이라고 했다.

블링컨 장관과 왕 주임이 만나면 지난 2일 미국 상공에서 중국발 대형 기구가 발견된 뒤 새로운 갈등 국면이 시작된 뒤 성사되는 첫 고위급 대면 접촉이 된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고위급 교류 재개 합의의 첫 조처로 이달 5~6일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기구 사태’를 이유로 방중을 무기한 연기했다. 방중 취소를 결정한 이튿날인 4일 미국은 F-22 전투기를 띄워 기구를 격추하고, 10~12일엔 사흘 연속 미국 전투기들이 미국과 캐나다 상공에서 정체불명의 비행체를 잇따라 격추했다. 그로 인해 가까스로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잡아가던 양국 관계는 급격히 경직됐다.

이 회동 가능성과 별개로 미국 정부는 계속 중국의 책임을 강조하며 압박을 강화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13일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관계 부처 합동 팀에 “안전과 안보에 위험을 유발하는 미확인 비행체의 발견, 분석, 배치에 관해 광범위한 정책적 영향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10~12일 사흘 연속 격추시킨 비행체의 출발지나 기능에 대한 뚜렷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 공군 고위 관계자는 12일 ‘외계 활동’의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했지만,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13일 “외계인이나 외계 활동을 가리키는 징후는 없다”고 이를 수정했다.

커비 조정관은 이 비행체들이 정찰에 이용됐다는 근거가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그럴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하지 않는다는 애매한 답변을 남겼다. 또이 비행체들은 통신 능력이나 자체 추진력은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시엔엔>(CNN)은 캐나다 상공에서 11일 격추당한 비행체는 금속성 재질에 모종의 물체를 매달고 있었다고 미국 국방부가 의회에 보고했다고 전했다. 북미항공우주방어사령부는 4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앞바다 상공에서 떨어뜨린 중국발 대형 기구에선 센서와 전자장치 잔해 등 주요 부분의 수거에 성공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뉴욕 타임스>는 중국 베이항대의 항공우주공학 권위자인 우저 교수를 기구를 이용한 정찰 시스템 발전을 주도한 인물로 지목했다. 이 신문은 2019년에 인터넷에 올라온 동영상에서 우 교수가 자신이 개발한 기구가 미국 남부 영공 근처에 있는 것으로 표시된 스크린을 가리키며 “저기가 미국이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고 했다. 또 우 교수와 중국 정부가 비행기 운항 고도와 저고도 위성 고도 사이에서 기구를 이용해 ‘글로벌 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고 전했다. 우 교수는 기구 사건 이후 미국 정부가 제재 대상으로 삼은 중국 업체 6곳 중 3곳의 창업자이거나 주요 주주이다.

워싱턴 베이징/ 이본영 최현준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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