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달 8일 뉴햄프셔주 윈덤에서 유세하고 있다. 윈덤/AF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모든 수입 상품에 10%의 ‘보편적 기초 관세’ 부과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 말대로 지금보다 관세를 3배 이상 매긴다면 세계 경제에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6일 자신이 소유한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골프클럽으로 경제 고문들을 불러모아 무역 분야 경제 공약을 논의했다고 22일 보도했다. 여기에는 래리 커들러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과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도 참석했다.
회동에 대해 아는 소식통들은 모든 수입 상품에 ‘보편적 기초 관세’를 매기는 안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튿날 폭스 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외국) 기업들이 밀고 들어와 제조품을 미국에 쏟아낸다면 그들은 자동적으로 (관세를) 지불해야 한다”며 “모두에게 10%를 매기고 싶다”고 말했다. 측근들은 이게 그의 대표 공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1월 집권한 뒤 태양광 패널, 세탁기, 철강, 알루미늄 등에 고율 관세를 매기며 보호주의를 강화했다. 세탁기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를 노린 것이었다. 그는 2018년 이후로는 광범위한 중국 상품에 촤고 25%에 달하는 ‘관세 폭탄’을 던져 미-중 ‘무역 전쟁’을 일으켰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런 정책이 실현된다면 그의 집권 1기를 뛰어넘는 혼란이 세계 경제를 덮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말이라고 전했다. 소비 대국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3%가 조금 넘는다.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일부 예상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중국 상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대부분 유지하면서 중국산 평균 관세율은 19%에 달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세를 더 거두면 미국 기업들의 세금을 깎아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수입 중간재를 쓰는 기업들의 제조 원가가 뛰고, 수출 기업들도 외국의 보복에 노출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 피해를 보는 것도 불가피하다.
애덤 포젠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소장은 ‘보편적 기초 관세’는 “미국 가정들의 선택권을 크게 제약하고, 그들에게 더 많은 비용을 부과하고, 수백만명의 실업자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기업연구소의 마이클 스트레인 이코노미스트도 이런 정책은 “재앙이 될 것”이라며, 1930년대에 보호주의가 대공황을 악화시켰다는 점을 지적했다.
‘보편적 기초 관세’ 논의 모임에 참석한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이런 구상은 공화당이 외국 기업들의 국내시장 접근을 막는 정책을 편 19세기 말~20세기 초로 돌아가는 것이고, 논란이 될 것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우리가 지배적 경제력을 지녔을 때는 자유 무역이 합리적이었지만 아직도 그게 합리적인지는 불분명하다”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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