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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국, 2007년에 철거한 핵무기 영국에 재배치 움직임

등록 2023-08-30 13:44수정 2023-08-31 02:33

영국 공군의 레이큰히스 기지에서 병사들이 폭탄을 다루고 있다. 출처: 레이큰히스 기지 누리집
영국 공군의 레이큰히스 기지에서 병사들이 폭탄을 다루고 있다. 출처: 레이큰히스 기지 누리집

미국이 영국에 핵무기 재배치를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가 공개됐다. 미국의 러시아·중국과의 대립 격화,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촉발한 핵군비 강화 움직임의 일환으로 보인다.

핵무기 정보 공개와 핵군축 문제를 다루는 미국과학자연맹은 미국 공군이 영국 공군기지에 설치할 핵무기 관리 부대 시설 예산을 확보했다고 28일 밝혔다. 미국 과학자연맹은 이는 미국이 핵무기 재배치 계획을 세웠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고 했다.

미국과학자연맹이 입수한 미국 공군의 2024년 예산 의회 설명 자료를 보면, 2024년 6월~2026년 2월 영국 레이큰히스 기지에서 ‘안전 보증 임무’(surety mission) 수행 병력을 위한 막사 건설에 5000만달러(약 660억원)를 쓰겠다는 내용이 나온다. 브렌던 오언스 미국 국방부 차관보도 지난 3월 상원 청문회에서 이 예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전 보증 임무’는 미국 국방부와 에너지부에서 핵무기의 안전한 보관과 실전 사용 준비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따라서 미국 공군 자료는 레이큰히스 기지에 핵무기 관리·운용 부대를 배치하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지난해에도 미국이 이곳에 개량형인 B61-12 핵폭탄을 배치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런던에서 북동쪽으로 약 100㎞ 떨어진 서퍽에 있는 레이큰히스 기지에는 미국 공군의 B61 핵폭탄이 110기까지 배치됐다가 2007년에 철거됐다. 이후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들 중에는 독일·벨기에·네덜란드·이탈리아·튀르키예에 공중 투하용 B61-3이나 B61-4 핵폭탄이 배치돼 있다. 미국 과학자연맹은 이 5개국에 배치된 B61 계열 핵폭탄을 100기로 추정한다. 내년에 B61-12이 반입되면 영국에 17년 만에 미국 핵무기가 재배치되는 것이다.

미국 핵무기의 영국 재배치 전망은 레이큰히스 기지를 쓰는 미국 비행전대가 유럽 주둔 미군으로는 처음으로 핵폭탄 장착이 가능한 F-35라이트닝Ⅱ 전투기로 무장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 미국 공군 자료도 ‘안전 보증’ 병력과 이 전투기 배치를 함께 추진한다고 밝히고 있다.

핵무장 강화 움직임에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전쟁 발발 2개월 전만 해도 “우리의 억지력을 위해 핵무기가 배치된 기존 회원국들 외에는 핵무기를 배치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극단적인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위협해왔고, 최근에는 ‘형제국’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수함 발사 핵미사일만 보유한 영국은 자체 핵무장을 강화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잠수함 발사용 핵탄두를 260기로 40% 늘리겠다고 2021년에 발표한 바 있다. 영국이 냉전 종식 이래 핵무장 강화에 나선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영국 국방부는 미국 핵무기 재배치 계획에 대한 가디언의 질의에 “특정 장소의 핵무기 존재 여부는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는 게 영국과 나토의 오래된 정책”이라고 답했다. 유럽 반핵 단체 ‘핵무장 해제 캠페인’의 케이트 허드슨 사무총장은 “레이큰히스가 미국의 해외 핵무기 배치에서 다시 필수적인 톱니가 되고 있는 게 갈수록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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