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가 분할된다면 어떤 나라의 독립이라고 해서 안전할 수 있겠냐”며 비타협적인 국제 반러 연대를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러시아는 세계가 지쳐서 대가를 치르지 않고 우크라이나를 잔인하게 다룰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우리가 침략자의 요구를 들어주려고 유엔헌장의 핵심 원칙을 저버린다면 어떤 유엔 회원국이 자신들이 보호받고 있다고 확신하겠냐”며 “우리는 오늘날 이 노골적 침략에 맞서야 하며 내일 있을지도 모르는 침략을 억제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가져오는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는 우크라이나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하지만 오로지 러시아만이 이 전쟁에 책임이 있고, 러시아만이 전쟁을 즉각 끝낼 힘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런 발언은 미국은 평화 협상의 조건으로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양보를 지지하지 않으며, 러시아군의 즉각 철군만이 해법이라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라가 크든지 작든지 “주권과 영토적 완전성”을 보장하는 게 유엔의 확고한 원칙이라는 말로 러시아와 타협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서는 “우리 두 나라의 경쟁이 충돌로 가지 않도록 책임 있게 관리”하겠다는 분명하고 일관된 입장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격과 위협을 물리칠 것이며, 규칙을 수호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북한에 대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반복적 위반을 규탄한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 외교에 전념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최근의 고위급 교류나 11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의식한듯 중국에 큰 비난을 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 주석이 불참한 유엔총회를 반중 연대 강화 계기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는 유엔총회 연설 뒤 옛 소련 공화국이었던 중앙아시아 5개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 정상들과 ‘C5(중앙아시아 5개국)+1(미국)’ 정상회의를 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러시아와 가까운 중앙아시아 정상들과 “안보, 무역, 투자, 지역 연결, 주권과 영토적 완결성 존중” 등을 주제로 회담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전날에는 대서양 연안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는 목적으로 미주·유럽·아프리카 32개국이 참여한 ‘대서양 협력 파트너십’을 출범시켰다.
또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25일 18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태평양도서국포럼 정상들을 백악관에서 만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태평양 섬나라들 사이에서 커지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고 지난해 9월 태평양도서국포럼과의 첫 정상회의를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