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서도 학교서도 ‘표적’…도청·감시·단속 시달려
‘이슬람 파시즘’ 딱지붙이기 인종주의 확산 기름부어
‘이슬람 파시즘’ 딱지붙이기 인종주의 확산 기름부어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식품점을 운영하는 팔레스타인 출신의 이산 사데딘은 지난달 공항에서 45분이나 조사를 받으며 테러 지지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반복해서 받았다. 그는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것이 나를 국토안보부 장관보다 덜 미국인답게 만들지는 않는다”고 항변했다.
미국 메릴랜드주 칼리지 파크시 알후다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던 파키스탄 출신 알리 아사드 찬디아(29)는 2001년 형제의 결혼에 참석하려고 고향 파키스탄에 다녀왔다가 파키스탄 무장단체 ‘순수군(LeT)’이 운영하는 캠프에서 훈련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애초 기소는 기각됐으나, 검찰은 그가 2002~2003년 순수군 고위 관계자의 미국 방문 때 물질적 지원을 했다며 다시 기소했다. 그는 결국 지난달 25일 15년형을 선고받았다. 변호인인 마빈 밀러는 “친구를 차로 데려다주고 컴퓨터를 사용하게 했다고 해서 그들(검찰)은 찬디아가 감옥에 30년 동안 있길 바란다”며 “정의가 어디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9·11 테러 5주년을 앞두고 <워싱턴포스트>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3일 9·11 테러 뒤 부당한 대우를 받는 미국내 무슬림을 집중 조명했다. 현재 미국내 무슬림 인구는 300만~700만명으로 추산된다.
지난 7월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미국인 1007명을 상대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응답자의 39%가 무슬림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으며 22%가 무슬림과 이웃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또 44%의 응답자가 미국내 무슬림들의 종교적 시각이 매우 극단적이라고 답했다. 이런 여론을 반영하듯 미국내에서 무슬림 혐오 범죄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미-이슬람관계위원회(CAIR)는 무슬림에 대한 차별성 범죄와 인권침해가 9·11 테러 이후 지난 5년 동안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조지 부시 행정부가 사용하는 ‘이슬람 파시즘’이란 말도 미국내에서 무슬림들이 처한 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다. 북미 최대의 무슬림단체인 북미이슬람협회는 최근 부시 대통령의 이슬람 파시즘 발언에 대해 이슬람에 대한 오해를 부추긴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변호사이자 이 지역 무슬림 사회 대변인인 숨발 마무드는 “나는 성인이라서 참아낼 수 있다”며 “하지만 9·11 뒤 교내에서 ‘무슬림 죽어라’라는 낙서를 본 초등학교 6학년생에게 이를 설명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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