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중간선거 앞두고 ‘안보몰이’집중
추모 교회 가는 길엔 ‘이라크 철군’ 시위
추모 교회 가는 길엔 ‘이라크 철군’ 시위
9·11 테러 5주년 추모행사가 정치공방의 장이 되고 있다. 뉴욕 맨해튼의 ‘그라운드 제로’를 비롯해 워싱턴과 펜실베이니아 생크스빌 등 납치 여객기 추락현장에선 10∼11일 이틀 동안 다양한 추모행사가 열렸지만, 행사와 연설에선 추모 대신 정치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를 앞두고 안보논란이 불붙은 탓이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0일 오후(현지시각)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이 서있던 자리에 마련된 두 곳의 추모연못에 헌화한 뒤, ‘그라운드 제로’를 내려다보는 기념관과 소방서를 예고없이 방문해 “그날의 교훈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5년 전 현장 구호활동의 중심이던 인근 세인트폴 성공회교회에서 유가족들과 함께 1시간여 동안 추모미사에 참석했다. 그러나 그는 교회로 이동하는 동안,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이라크 철군을 요구하는 시위대 행렬을 지나쳐야 했다.
부시 대통령은 11일에는 펜실베이니아주 생크스빌과 워싱턴의 국방부 청사를 방문해 추모식에 참석한 뒤, 백악관에서 전국에 생방송되는 대국민 특별연설을 할 예정이다. 특별연설에 대해 백악관 쪽은 “어떤 정치적 목적도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지난 일주일 동안 전국을 돌며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강경발언을 통해 공화당의 선거운동을 간접지원한 기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딕 체니 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10일 텔레비전에 출연해 테러와의 전쟁과 이라크전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체니 부통령은 이날 <엔비시방송> ‘언론과의 만남’ 프로에 출연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킴으로써 세상은 훨씬 나아졌다”며,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라크를 공격했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라이스 장관도 <폭스뉴스>에 출연해 “후세인이 권좌에 그대로 있었으면 세상이 더 좋아졌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웃기는 얘기”라며 “이라크는 어려운 시기를 거치겠지만, 극단주의가 번성하지 못하도록 미국이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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