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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음모론의 뿌리는 부시 행정부?

등록 2006-09-05 19:11수정 2006-09-06 08:10

불신감 확산타고 큰 반향
역사적 대사건마다 공식적인 해석과는 다른, ‘음모론’적인 해석이 보다 흥미를 끈다. 9·11도 예외가 아니다.

2001년 사건 발생 이후 주로 인터넷을 유포되던 9·11 음모론은 주류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5주년을 앞둔 지난달 미 국무부와 연방기관인 국립표준기술연구원(NIST)이 보고서를 내어 음모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음모론은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미 연방기관들이 이례적으로 공식 반응을 보인 것은 지난 7월부터 인터넷으로 급속히 유포되기 시작한 9·11 관련 다큐멘터리 ‘루스 체인지’의 영향이 크다.

9·11 관련 음모론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82분짜리 이 다큐멘터리는 미국 정부가 치밀한 계획 아래 폭파공법으로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건물을 파괴했다는 등의 주장을 펴고 있다. 펜타곤에 충돌한 여객기의 잔해가 거의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펜타곤이 크루즈 미사일에 의해 파괴됐다고 의문을 제기한다. 또 펜실베이니아의 생크스빌에 추락한 여객기 역시 잔해가 거의 없어, 이 여객기는 안전하게 착륙했다고 주장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동영상과 정황증거 등을 들이대며 9·11 조사위원회 보고서 등의 허점을 파고 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9·11을 계기로 부시 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해 애국자법 제정, 국토안보부 신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 등 입지를 강화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두번씩이나 영화학교 입학을 거부당한 초보 다큐멘터리 작가 딜런 에이버리(22)가 8천달러를 들여 만든 이 다큐멘터리는, 2004년 화제가 됐던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보다 정교한 논리가 돋보인다.

이런 음모론이 큰 반향을 일으키는 것은 부시 행정부에 대한 불신감의 확산과 궤를 같이 한다. ‘루스 체인지’가 나오기 전인 2004년 8월 여론조사기관인 조그비의 조사에서 뉴욕 시민의 절반 가까운 사람들(49%)은 ‘미국 정부가 사전에 이 범행계획을 알고도 의식적으로 적극 대처하지 않았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여론조사기관인 스크립하워드와 오하이오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36%가 ‘연방관리들이 테러공격을 지원했거나 이를 방조해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벌일 수 있었다’고 응답했다. ‘쌍둥이 빌딩에 폭약을 심어뒀을 것’이라고 의심하는 미국인도 16%, ‘크루즈 미사일이 펜타곤을 타격했다’고 의심하는 미국인도 12%나 됐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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