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지지율 ‘추락’ 속 여론 극심한 양극화
중간선거 앞두고 ‘국가안보’ 다시 쟁점으로
중간선거 앞두고 ‘국가안보’ 다시 쟁점으로
9·11 테러 5년 끝나지 않는 전쟁
③ 무엇이 미국을 분열시켰나 5년 전 9월11일, 테러 직후 미국 전역의 월마트 체인에선 하룻동안 11만6천개의 성조기가 팔렸다. 이튿날인 9월12일에도 25만개의 성조기가 팔렸다. 성조기는 현관마다 꽂혔고,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도 성조기를 달았다. 애국주의 바람 속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50%대에서 90%로 치솟았다.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그 뒤 16개월간 60% 이상을 유지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렇게 높은 지지율을, 이렇게 오래 유지한 대통령은 그가 처음이다. 행정부의 권한도 2차 대전을 이끈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이래 최대로 확대됐다. 공화당은 2002년 중간선거에서 압승했고, 2000년 선거에서 신승한 부시 대통령은 2004년 대선에선 낙승했다. 5년 뒤인 지금, 미국은 그때처럼 하나가 아니다.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미 30% 안팎으로 떨어졌다. 2003년 이라크 침공 직전만 해도, 이라크 전을 지지하는 공화당 지지자와 민주당 지지자는 각각 80%와 69%였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라크에서 미군이 철군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민주당 지지자의 70% 이상이 ‘그렇다’고 답한 반면, 공화당 지지자 가운데는 25% 정도 만이 ‘그렇다’고 답한다. 이라크 전이 ‘테러와의 전쟁’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팽팽하게 응답이 엇갈린다. 미국이 양쪽으로 확연히 갈린 셈이다. 이런 모습은 미국사회가 어느 때보다 심하게 분열됐다는 30~40년 전 베트남전 당시와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당시 ‘베트남전은 실수인가’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한 공화당 지지자의 비율과 민주당 지지자의 비율 차이는 18% 포인트를 넘지 않았다. 무엇이 미국을 분열시켰는가? 무엇보다 부시 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의 최전선이라고 내세운 이라크전의 실패다. 이라크 침공의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는 없었다. 3년을 넘겨 계속되는 이라크전에선 9·11 희생자 수에 근접한 2600명의 군인들이 사망했다.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와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미군들이 보여준 인권유린은 미국적 가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 국가안보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크게 확대됐던 불법도청과 테러용의자에 대한 불법구금과 불법재판 등은 대법원에서 위헌판결을 받았다.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지만, 무엇을 얻었는지 알 수 없다는 미국민의 당혹감은 여러 여론조사에서 확인되고 있다. 최근 〈타임〉과 디스커버리 채널의 조사를 보면, 미국인의 거의 70%가 앞으로 10년 이내에 테러와의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믿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9·11을 선거전에 이용했던 공화당의 정치적 기회주의와 이에 대한 민주당의 반격이 미국 정치의 양극화를 초래한 부분적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쟁점은 다시 국가안보 문제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지난 몇차례의 선거 때와는 바람의 방향이 조금 다르다. 공화당은 아직도 자신들이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국가안보 문제를 선거쟁점으로 부각하고 나섰지만, 민주당도 더이상 안보문제에 취약한 정당이 아니라며 맞불을 놓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두고 “21세기의 중요한 이념전쟁”이라고 강조한 데 이어, 백악관은 5일 ‘대테러 국가전략’ 수정판을 발표하고 나섰다. 이미 2003년 초안이 발표되고, 올 3월에 나왔던 수정판을 다시 손질한 것이다. 보고서는 “미국은 더 안전해졌지만, 아직 (완전히) 안전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네오콘 : 숫자로 본 부시 행정부의 국방 기록’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어, 이라크전, 대테러전, 북한 문제 등 7개 분야에 걸친 부시 행정부의 안보정책을 실패로 규정했다. 보고서는 지금이 부시 행정부 이전보다 훨씬 안전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선거전문가들은 민주당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③ 무엇이 미국을 분열시켰나 5년 전 9월11일, 테러 직후 미국 전역의 월마트 체인에선 하룻동안 11만6천개의 성조기가 팔렸다. 이튿날인 9월12일에도 25만개의 성조기가 팔렸다. 성조기는 현관마다 꽂혔고,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도 성조기를 달았다. 애국주의 바람 속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50%대에서 90%로 치솟았다.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그 뒤 16개월간 60% 이상을 유지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렇게 높은 지지율을, 이렇게 오래 유지한 대통령은 그가 처음이다. 행정부의 권한도 2차 대전을 이끈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이래 최대로 확대됐다. 공화당은 2002년 중간선거에서 압승했고, 2000년 선거에서 신승한 부시 대통령은 2004년 대선에선 낙승했다. 5년 뒤인 지금, 미국은 그때처럼 하나가 아니다.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미 30% 안팎으로 떨어졌다. 2003년 이라크 침공 직전만 해도, 이라크 전을 지지하는 공화당 지지자와 민주당 지지자는 각각 80%와 69%였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라크에서 미군이 철군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민주당 지지자의 70% 이상이 ‘그렇다’고 답한 반면, 공화당 지지자 가운데는 25% 정도 만이 ‘그렇다’고 답한다. 이라크 전이 ‘테러와의 전쟁’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팽팽하게 응답이 엇갈린다. 미국이 양쪽으로 확연히 갈린 셈이다. 이런 모습은 미국사회가 어느 때보다 심하게 분열됐다는 30~40년 전 베트남전 당시와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당시 ‘베트남전은 실수인가’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한 공화당 지지자의 비율과 민주당 지지자의 비율 차이는 18% 포인트를 넘지 않았다. 무엇이 미국을 분열시켰는가? 무엇보다 부시 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의 최전선이라고 내세운 이라크전의 실패다. 이라크 침공의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는 없었다. 3년을 넘겨 계속되는 이라크전에선 9·11 희생자 수에 근접한 2600명의 군인들이 사망했다.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와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미군들이 보여준 인권유린은 미국적 가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 국가안보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크게 확대됐던 불법도청과 테러용의자에 대한 불법구금과 불법재판 등은 대법원에서 위헌판결을 받았다.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지만, 무엇을 얻었는지 알 수 없다는 미국민의 당혹감은 여러 여론조사에서 확인되고 있다. 최근 〈타임〉과 디스커버리 채널의 조사를 보면, 미국인의 거의 70%가 앞으로 10년 이내에 테러와의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믿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9·11을 선거전에 이용했던 공화당의 정치적 기회주의와 이에 대한 민주당의 반격이 미국 정치의 양극화를 초래한 부분적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쟁점은 다시 국가안보 문제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지난 몇차례의 선거 때와는 바람의 방향이 조금 다르다. 공화당은 아직도 자신들이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국가안보 문제를 선거쟁점으로 부각하고 나섰지만, 민주당도 더이상 안보문제에 취약한 정당이 아니라며 맞불을 놓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두고 “21세기의 중요한 이념전쟁”이라고 강조한 데 이어, 백악관은 5일 ‘대테러 국가전략’ 수정판을 발표하고 나섰다. 이미 2003년 초안이 발표되고, 올 3월에 나왔던 수정판을 다시 손질한 것이다. 보고서는 “미국은 더 안전해졌지만, 아직 (완전히) 안전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네오콘 : 숫자로 본 부시 행정부의 국방 기록’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어, 이라크전, 대테러전, 북한 문제 등 7개 분야에 걸친 부시 행정부의 안보정책을 실패로 규정했다. 보고서는 지금이 부시 행정부 이전보다 훨씬 안전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선거전문가들은 민주당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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