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의 미시간 예비선거(프라이머리)에서 승리한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15일 미시간주 사우스필드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사우스필드(미시간)/AP 연합
39% 득표 2위 매케인 9%차 눌러…사실상 첫승 ‘만회 발판’ 마련
‘4자 구도’ 30년만의 최대 혼전…전문가들 “분석·경험도 무용지물”
‘4자 구도’ 30년만의 최대 혼전…전문가들 “분석·경험도 무용지물”
15일 2008년 미 대선 공화당 후보 선출을 위한 미시간주 예비선거에서 미트 롬니(60)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승리했다. 이에 따라 예비선거에서 대의원 과반수를 확보한 후보가 없어 전당대회에서 표결로 대선후보를 뽑았던 1976년 이후 최악의 혼전을 맞게 됐다.
롬니는 이날 39%를 득표해, 각각 30%와 16%를 얻는 데 그친 뉴햄프셔 승자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아이오와 승자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를 눌렀다. 롬니는 승리를 거둔 뒤 “워싱턴의 비관주의에 대한 낙관주의의 승리”라며 워싱턴의 변화를 위한 진군을 다짐하며 기세를 올렸다. 두차례 예비선거에서 2위에 그쳐 초반에 대세를 장악하겠다는 전략에 차질을 빚은 롬니는 마침내 갈망하던 사실상의 첫 승을 거뒀다. 지난 5일 와이오밍주 승리는 다른 후보들이 힘을 쏟지 않은 탓에 판도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날의 승리는 롬니에게 ‘상처 투성이의 영광’이다. 미시간에서 태어나 자랐고, 아버지가 이곳에서 3차례 주지사를 역임했다는 유리한 배경이 있었지만 압도적 승리는 아니었다. 그는 매케인의 3배에 달하는 2백만달러의 광고비를 투입하는 등 자금과 조직도 모조리 쏟아부었다. 선거 당일 발목이 잠길 정도로 내린 눈과 영하의 추위로 인한 20% 대의 낮은 투표율도 도움이 됐다. 2000년 전체의 절반에 이르렀던 무당파와 민주당 성향 유권자들이 이번에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 매케인의 상승세를 간신히 저지할 수 있었다. 롬니는 이미 초반 경선에서 ‘실탄’을 소진한 터라 뒷심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 미지수다.
2위를 한 매케인은 뉴햄프셔의 여세를 몰아 연승을 거두겠다는 전략에 한계를 드러냈지만, 선전했다는 평이다. 남부 침례교 목사 출신인 허커비는 북부 기독교 보수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확보함으로써,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본거지 남부에서 열리는 다음 경선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시간주 예비선거는 공화당내 여러 지지세력 별로 선호 후보가 다르다는 점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줬다. 경제적 보수층은 롬니, 사회적 보수층은 허커비, 외교적 보수층은 매케인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양상은 힐러리-오바마 양자대결로 굳어진 민주당과 달리, 공화당에선 지지세력들을 통합시킬 뚜렷한 선두후보 없이 혼전이 계속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다.
선거전문 분석가인 찰리 쿡은 “이런 혼전은 본 적이 없다”며 “전통적인 분석과 경험도 적용될 수 없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29일 플로리다 예비선거를 기점으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선두경쟁에 본격 뛰어들면, 4자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런 구도는 21개주에서 41%의 대의원을 선출할 2월5일 ‘슈퍼화요일’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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