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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쿠바 국민들 “차 값이 미쳤다” 볼멘소리

등록 2014-01-06 15:45수정 2014-01-06 16:58

푸조 508
푸조 508
정부, 반세기 만에 수입차 구입 허용한 뒤 가격 비싸게 책정
‘푸조 508’ 한대에 26만2000달러…노동자 월급의 1만3000배
판매상들 “정부가 대체 뭘 원하는 건지…할 말이 없다” 비난
[지구촌 화제]

1959년 혁명 이후 처음으로 수입차 구입이 허용된 쿠바에서 차량 값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수입 차량 판매는 쿠바 정부가 독점한다.

<비비시>는 “영국에서 1대에 2만9000달러에 판매되는 중형세단 ‘푸조 508’의 가격이 쿠바에선 26만2000달러로 책정됐다”며 “벌써부터 ‘차 값이 미쳤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수입차 판매는 지난 3일 시작됐다.

쿠바 공공부문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월 20달러 수준이다. 한 푼 안 쓰고 평생을 모아도 수입차 한대 값에 턱없이 부족하단 얘기다. 곳곳에서 “수입차 구입을 허용해 놓고, 값을 이렇게 높게 책정한 것은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비시>는 한 수입 자동차 판매상의 말을 따 “정부가 책정한 수입차 가격은 말도 안 된다. 이정도 가격에 차를 구입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판매상은 “할 말이 없다. 그저 놀라울 뿐이다. 정부가 대체 뭘 원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리 시험 단계라 쳐도, 차 값이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앞서 쿠바 정부는 수입차 구입 허용 조처를 발표하며 “차량 판매를 통해 얻게 될 수익은 대중교통 서비스 확대를 위한 기금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아바나 시민은 <비비시> 인터뷰에서 “이런 가격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차를 살 수 있겠나? 아무도 차를 사지 않으면, 대중교통에 투자할 기금은 어떻게 마련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번 조처가 실시되기 전까지, 쿠바에선 1959년 혁명 이전에 생산된 차량만 판매가 가능했다. 새 차량을 사고 팔려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했는데, 그 대상은 고위 관료나 유명 운동선수나 연예인에 국한됐다. 이 때문에 차량 구입 허가증이 거액에 거래되는 암시장이 형성될 정도였단다.

하지만 ‘미친 가격’을 감당할 만한 이들이 아예 없는 건 아닌 모양이다. 아바나의 한 수입차 판매점에선 4일 오전까지 1대에 5만달러짜리 등 ‘중저가’ 차량 6대가 팔려나갔단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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