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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이번 설날에는 누구 집에?
중국도 ‘명절 부부싸움’ 골머리

등록 2014-01-26 14:53수정 2014-01-26 15:24

춘절을 앞둔 중국인들의 열차표 예매 행렬
춘절을 앞둔 중국인들의 열차표 예매 행렬
‘한 자녀 정책’ 탓 대부분이 외동아들이나 외동딸
시댁 거쳐 처가 들르는 데 5천㎞ 돌아다닌 경우도
[지구촌 화제]

한국의 부부들이 명절 뒤 후유증으로 이혼 건수가 급증하는 가운데 중국 부부들도 설 명절에 누구의 고향을 가느냐를 두고 말다툼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유력 일간지 <신경보>가 최근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제(설)을 앞두고 베이징에 거주하면서 서로 고향이 다른 부부 100쌍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조사 대상자의 1/3이 귀성 문제를 두고 ‘내전(內戰·부부싸움)’을 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4일 보도했다. 중국의 경우 ‘한자녀 정책’ 탓에 부부 대부분이 외동 아들이거나 외동딸이라 갈등이 더 심각하다.

광저우가 고향인 여성 리 아무개는 “남편은 춘제에 자기 고향에 가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외동딸이다. 엄마가 나 없이 명절을 보낸다고 생각하니 너무 딱했다”며 귀성 문제를 두고 남편과 다퉜다고 했다. 싸움 뒤 이 부부는 이번 설에 양가 모두를 방문하기로 했다. <신경보>는 “춘제 전 누구의 고향에 가느냐는 문제는 부부 사이에 중요한 문제가 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를 보면 100쌍 가운데 춘제 기간에 양가 모두를 찾아간다고 답한 응답자가 29쌍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부부 모두 같은 성이나 인접한 성 출신이라 이동 거리에 큰 문제가 없어 그렇게 결정했다고 했다. 결혼 2년차인 여성 류 아무개는 “남편 고향은 헤이룽장성이고 나는 허베이성이 고향이라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지 않다. 그래서 설인 음력 1월1일부터 3일까지는 남편의 고향에서 보내고 4일엔 허베이성으로 가기로 했다”며 “명절은 어차피 바쁜 때이고 서로 즐거운 것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서로 다툼없이 이렇게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22쌍의 부부는 거리도 거리거니와 비용 때문에 설 명절에 1년씩 번갈아 가며 서로의 고향을 방문한다고 응답했다. 한 응답자는 “고향에 가면 양가 부모님들에게 용돈을 챙겨드려야 하는데 5000위안(89만원)으로도 모자란다. 결혼 1년차 때는 광시성에 있는 신랑의 고향과 스좌장에 있는 내 고향을 모두 들러 용돈을 드렸다. 오갈 때 드는 비행기표 값도 수천위안이 들었다”며 “이후부터는 춘제 때는 신랑 고향에 가고 10월1일 노동절 휴가 때는 처가를 가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응답자의 1/5가량인 19쌍의 부부는 여전히 전통에 따라 남편의 고향에 간다고 답했다. 장쑤성 출신으로 결혼한 뒤 베이징에서 살고 있는 결혼 5년차 여성 왕 아무개는 “부창부수(夫唱婦隨)다. 남편의 고향에서 춘제를 보내는 것은 전통이다”고 말했다. 남성 류 아무개도 “이미 출가한 딸은 흘러간 파도와 같다”는 ‘출가외인론’을 주장하며 남편의 고향에서 설을 쇠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자식들이 고향에 가지 않고 부모들이 귀경한다는 부부도 19쌍이나 됐다. 중국 북부 지방이 고향이라고 밝힌 여성 옌 아무개는 “남편의 고향은 남쪽 지방이다. 그러나 겨울에 중국 남부는 (난방 시설이 없거나 이를 가동하지 않아) 너무 춥고 습하다. 북쪽 지방 사람들은 견딜 수 없을 정도다. 이전 춘제에 남편의 고향에 갔다가 결국 아이들이 추위를 견디지 못해 여관방에 데리고 가서 잤다”며 “올해는 시어머니가 베이징에 올라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설엔 부부가 따로 각자의 고향으로 간다고 답한 부부는 8쌍 이었다. 결혼 4년차인 여성 다이아무개는 “귀성 문제로 싸울 게 뭐 있느냐. 각자 고향에 가는게 합리적이고 훨씬 간편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1쌍은 유일하게 양가 어느 쪽도 가지 않고 여행을 갈 것이라고 답했다. 이 부부는 “결혼 첫해인 지난해 춘제 때 베이징에서 출발해 시댁인 헤이룽장성 치치하얼, 처가인 후베이 샤오간을 거처 베이징으로 돌아오는 동안 비행기와 기차, 자동차를 갈아타며 총 5161㎞를 돌아다녔다. 거의 중국의 절반 이상을 다닌 셈이다”며 “그래서 올해는 양가가 모두 상의해 하이난으로 휴가를 떠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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