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미국·중남미

공화당은 트럼프의 당이 될 수 있나?

등록 2016-05-20 19:08수정 2016-05-20 19:08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3일 인디애나주 경선에서 승리를 확정지은 뒤 뉴욕으로 돌아가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3일 인디애나주 경선에서 승리를 확정지은 뒤 뉴욕으로 돌아가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링컨의 당이라고 자부심을 보여왔던 미국 공화당이 창당 이래 최대의 정체성 위기에 빠졌다. 인기영합주의의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가 되면, 공화당은 과연 어디로 가는 것일까?

1854년 창당된 공화당은 당시로서는 진보정당이었다. 상공업 중심 경제의 북부 신흥 중산층과 노예제 등을 반대하는 공화주의자들이 기반이 된 공화당은 에이브러햄 링컨을 자신들의 첫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링컨과 공화당은 미국 연방에서 이탈하려는 남부에 맞서 남북전쟁을 불사하며 미국 연방을 지켜냈다. 그 후 공화당은 1932년까지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거의 장악한 다수당이었다. 이 과정에서 공화당은 북동부 지역의 대자본 세력 중심으로 치우쳤다. 이 때문에 공화당은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이끄는 남부 보수세력부터 트로츠키 좌파까지의 민주당 중심의 뉴딜연합에 밀리며, 행정부와 의회에서 소수당으로 밀려났다. 공화당은 50년대 이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로 대표되는 중도 실용주의, 리처드 닉슨으로 대표되는 현실주의 세력 주도로 행정부를 장악하기는 했으나, 의회는 여전히 민주당 몫이었다.

공화당 내에서는 60년대 중반 이후 배리 골드워터로 대표되는 보수우파 세력들의 우경화 작업이 진행됐다. 이 조류는 1980년 로널드 레이건의 대통령 당선과 1994년 뉴트 깅그리치 당시 하원 원내대표가 이끈 보수혁명으로 공화당을 의회 다수당으로 만들며, 당의 주류로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작은 정부, 감세, 사회복지 축소, 자유무역, 매파적 대외정책 등이 당의 주류 노선이 되고, 이를 지지하는 세력들이 주류가 됐다.

공화당은 지역적으로는 중부와 남부의 비도시 지역, 계층적으로는 대자본을 소유한 최상위 계층과 보수적 백인 중하류 노동계층, 이념적으로는 국가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보수우파 및 기독교복음주의 세력으로 재편됐다. 이 과정에서 실용주의와 현실주의 노선은 완전히 소수로 전락했다. 지난해 공화당의 강경보수 초선들이 존 베이너 전 하원의장을 낙마시키고, 작은 정부와 감세의 대표적 옹호자인 폴 라이언이 하원의장으로 등극한 사건은 공화당 우경화의 절정이었다.

이때 등장한 것이 트럼프이다. 그는 이민 문제 등에서 인종주의적 막말을 일삼았으나, 공화당의 기존 주류 가치를 완전히 부정했다. 자유무역을 반대하고 사회복지 수호를 내걸고 매파적 대외정책을 조롱했다. <비비시>가 세금, 국가안보, 이민, 대외정책, 낙태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와 전직 대통령 닉슨, 레이건, 조지 부시 부자, 그리고 경선 경쟁자들인 존 케이식, 테드 크루즈, 마코 루비오의 입장을 비교한 결과, 트럼프는 이민 문제에서만 가장 보수적이다. 나머지 사안에서 트럼프는 이들 사이에서 거의 가운데이다.

정책 면에서만 보면, 트럼프는 현재의 공화당에는 이단일 수 있으나, 링컨 이후의 공화당 역사에서는 결코 이단일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어쩌면 공화당 전체 역사에서 보면, 현재의 공화당 노선과 주류 세력들이 이단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공화당은 트럼프의 노선과 정책으로 선회할 수 있나? 문제는 트럼프 자신과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철학과 이데올로기적 일관성을 갖는 정형화된 세력이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로선 최상류층 계층 이익 중심으로 치우친 공화당 우경화가 빚은 사회경제적 상황에 소외된 이들의 불만 표출일 뿐이다.

정의길 국제에디터석 선임기자
정의길 국제에디터석 선임기자
두 가지 길이 있다. 트럼프와 지지세력들이 확고한 철학과 이데올로기를 갖는 정형화된 세력으로 거듭나서 공화당을 완전히 접수하는 게 그 하나이다. 다른 길은 현재 공화당의 주류들이 트럼프를 통해 보여준 기층 지지세력들의 불만을 치유하는 실용주의와 현실주의 노선으로 당을 선회시키는 것이다. 이는 제2의, 제3의 트럼프 출현을 막는 길이다. 두 가지 길 모두 현재로선 어려워 보인다. 공화당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당분간 정체성 분열에 시달릴 것이다.

정의길 국제에디터석 선임기자 Eg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고물상 아버지가 주운 끔찍한 그림이 88억 피카소 작품? 1.

고물상 아버지가 주운 끔찍한 그림이 88억 피카소 작품?

지상전서 허찔린 이스라엘, 2006년 침공 실패 되풀이하나 2.

지상전서 허찔린 이스라엘, 2006년 침공 실패 되풀이하나

이스라엘, 헤즈볼라 차기 수장 겨냥 베이루트 맹폭 3.

이스라엘, 헤즈볼라 차기 수장 겨냥 베이루트 맹폭

[영상] 온가족 다섯번 피난 “우리는 죽을 차례를 기다리는지도 몰라” 4.

[영상] 온가족 다섯번 피난 “우리는 죽을 차례를 기다리는지도 몰라”

‘화장실 숙박’ 하는 중국인들 알고보니… 5.

‘화장실 숙박’ 하는 중국인들 알고보니…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