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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트럼프 “미국만 희생 못해”…안보동맹·자유무역 ‘틀 뒤엎기’ 예고

등록 2016-11-10 17:11수정 2016-11-11 23:42

[트럼프의 시대]② 국제질서 개편 회오리

트럼프 ‘미국 우선주의’ 전면에
국제주의로부터 고립주의로
자유무역에서 보호무역주의로
수혜 동맹국들 비용 치러야
유럽·러·중 관계 전면 재조정
한·일엔 미군 주둔비 증액 요구
FTA 근간 경제질서도 흔들듯
세계질서 앞날 불확실성 증폭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이 확정된 9일 새벽 뉴욕 맨해튼 힐튼 미드타운 호텔에서 열린 축하 파티 무대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이 확정된 9일 새벽 뉴욕 맨해튼 힐튼 미드타운 호텔에서 열린 축하 파티 무대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토토, 우리는 더이상 캔자스에 있지 않은 것 같아!”

<오즈의 마법사>의 주인공 도로시가 돌개바람에 휩쓸려 오즈의 나라에 온 뒤 강아지에게 한 이 말은 지금 세계와 미국의 처지를 대변한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대해, ‘낯선 신세계: 트럼프 시대의 미국’(<뉴욕 타임스>), ‘최고사령관 트럼프로, 미국은 미지의 영역에 들어섰다’(<워싱턴 포스트>)는 표현처럼, 세계는 지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다.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선택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채택한 정강 서문의 첫 문장은 “우리는 미국 예외주의를 믿는다”이다. 이는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뜻한다. 미국 예외주의나 우선주의는 미국 역대 행정부에서 정반대의 국제주의로 발현되기도 했다. 2차대전 이후 세계 패권국가가 된 미국은 국제문제 개입이 불가피했고, 미국 주도의 수많은 동맹으로 이를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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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미국의 이런 국제문제 개입이 미국에 불공정한 비용을 치르는 희생이라고 주장한다. ‘수혜자’들인 동맹국들이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제정치적으로는 동맹 구도 재조정, 국제경제적으론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으로 나타난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가 그동안 쏟아낸 말들이다. “나토 회원국이 침공받아도 미국이 자동적으로 방어해주지 않는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국가들이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에 병력을 대지 않으면, 석유 구매를 중단할 수 있다”, “일본과 한국이 미군 주둔비용 기여를 증대하지 않으면 미군 철수를 할 수 있다”, “우리는 중국에 대해 엄청난 경제적 힘을 갖고 있다. 무역을 거래수단으로 사용할 것이다”.

후보와 대통령은 다르다고 하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 행정부가 국제문제에 대한 개입과 역할에서 2차대전 이후 그 어떤 행정부보다도 소극적인 태도를 띨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는 미국이 국제주의에서 고립주의로 선회함을 뜻한다. 트럼프는 “나는 고립주의자가 아니나, 미국 우선주의자다”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경제적 이익을 챙기는 공격적이고 일방적인 고립주의를 뜻해 미국 이외의 나라들에는 더 위협적이 될 수 있다.

미국의 동맹 구도는 세계에서 미국의 패권을 수호하는 장치였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양안동맹은 미국 패권의 핵심 주축이다. 그러나 대서양 양안동맹은 이미 영국의 브렉시트로 균열이 생긴데다, 트럼프의 당선 이후 미국의 고립주의가 현실화되면 지금에 비해 크게 힘을 잃을 수 있다. 특히 트럼프가 표방하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은 대서양 양안동맹의 전제인 반러시아 전선을 허무는 것이다. 유럽연합 지도국인 독일로서는 균열되는 대서양 양안동맹의 대안을 구하려 할 것이다. 이는 유럽 대륙에서 독일의 패권국가화로 가는 길이 될 수도 있다. 독일 스스로 러시아와의 관계를 재조정하려 하는 것이다. 노르베르트 뢰트겐 독일 의회 외교위원장은 “지정학적으로 우리는 아주 불확실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미국은 그의 공언과 약속대로라면, 유럽에서는 동맹 약화, 러시아와는 관계 개선, 중국과는 경제적 대립, 동북아에서는 한·일의 역할 증대, 중동 분쟁에서는 발빼기가 된다. 또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모든 국가와는 재협상 압박이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그가 주장하는 대외정책들이 모순되고, 구체적이지 않아 종잡을 수 없는 불안의 터널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선택이 전세계에 선사한 대가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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