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이 됨에 따라, 차기 미국 정부의 국내 사회·경제 정책에도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 10일(현지시각)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의회 공화당 지도부를 만난 뒤 기자들에게 이민 통제, 건강보험 손질, 일자리 창출 등 3가지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꼽았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날 “우리는 이주 문제와 국경(안보)을 매우 단호하게 보고 있다. 또 헬스케어와 일자리 대규모 창출도 매우 적극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고 <엔비시>(NBC) 방송 등은 전했다. 그는 자신이 공언해온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무슬림 입국 금지’ 등을 실행할 것인지 등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 트럼프 차기 정부의 정책들은 아직 사안별로 정교하게 다듬어지지 않은데다, 벌써부터 일부 공약들이 수정될 조짐도 나온다. 그러나 그가 선거운동 기간에 해온 발언과 정책 공약을 통해 ‘3대 중점 과제’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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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국경통제 “불법이주는 과거의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는 분위기가 조성돼야만 이주와 국경안보 논의도 가능하다.”
지난 8월 트럼프 당선자는 자신이 집권할 경우 강력한 이주 규제를 본격화할 것임을 거듭 확인했다.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는 인터넷 누리집에 “이주 시스템의 통합성을 재구축하고 우리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한 10가지 계획”을 밝히고 있다. 남부 국경장벽 건설, 외국인 범죄자 불관용, 불법체류자 도시에 재정지원 금지, 위헌적인 이주법규 전면 폐지, 불법체류자 추방 및 해당국 정부에 송환, 생물학적 출입국 비자 시스템 완비, 불법체류자에 대한 고용·복지 금지 등이다.
트럼프 정부가 이런 정책들을 모두 시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1100만명에 이르는 미등록 이민자들을 한꺼번에 추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러나 <폭스 뉴스>는 지난 9일 “(트럼프가 선거운동 기간 중에) 불법이민자 추방 규모가 전례 없이 늘어나고, 그들에게 자신들이 언제든 추방당할 수 있다는 공포심을 심어준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불법이주자들의 취업과 사회복지를 원천봉쇄해 제 발로 나가도록 압박하고 잠재적 밀입국을 줄이는 효과도 나타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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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환자보호 및 부담적정보험법(ACA)은 건강보험료 부담과 공제 상한을 급격히 높여놓았고, 관련 네트워크는 약화시켰다.”
흔히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현행 미국 건강보험에 대해 트럼프 정권인수위는 “실패했다”고 단언하며, 폐지와 대체를 공언한다.
트럼프 쪽의 건강보험 대안은 한마디로 “자유시장 원리에 맡기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개인과 기업의 건강보험 프리미엄 공제를 허용하고, 건강예금계좌(HSA)의 사용을 장려하는 등 “선택의 폭과 서비스 품질은 높이고, 비용 부담은 낮추는 ‘환자 중심 헬스케어 시스템’을 창조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요자들이 다른 주에서도 보험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해 시장장벽을 허물고, 가계와 기업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법으로 경감하는 데 필요한 조처도 취하겠다”고 약속한다. 또 값싼 복제의약품 수입을 허용하고 의약품 가격은 시장경쟁으로 자유화한다는 방침이다. 지식재산권을 내세운 제약사들의 고가 의약품 정책을 무력화하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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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창출 “불법이민자들 때문에 미국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운동 중 노골적인 반이민 정책의 정당성 중 하나로 ‘일자리’를 들면서 백인 노동자들의 박탈감을 자극하고 ‘기업인 출신의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부풀렸다.
트럼프 정권인수위는 일자리 창출의 정책 수단으로 조세개혁, 규제개혁, 교역개혁, 교육, 교통 및 인프라 투자, 금융개혁 등 6가지를 제시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다. 교통 인프라 보완을 중심으로 한 사회간접자본 확충에만 5500억달러(약 643조원)라는 천문학적 비용을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고속도로, 교량, 터널, 공항, 미래형 철도 등의 건설에 들어갈 비용의 대부분은 민간자본을 유치해 충당할 방침이다. 1930년대 대공황기 ‘뉴딜 정책’을 연상케 하는 대규모 경제부흥 정책이다. 트럼프 정권인수위는 또 기업들에는 감세, 인센티브, 규제 완화 등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이 뒷받침될 것임도 분명히 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