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위치한 세인트루이스 공립학교 앞에서 13일(현지시각) 교사들이 “내가 죽는다면 가르칠 수 없다. 학생들이 아프면 수업을 받을 수 없다”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8월2일로 예정된 개학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UPI 연합뉴스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듣는 외국인 유학생의 미국 체류를 금지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지침이 발표된 가운데, 지난주 한국인 유학생이 미국 공항에서 입국 거절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소재 사립 드폴대학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는 한국인 유학생이 지난 8일(현지시각) 샌프란시스코 공항으로 입국하려다가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새 규정에 맞는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입국 심사대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이런 사실은,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비자 취소 조처를 중단해달라며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낸 가처분 신청을 지지하는 미국의 대학들이 법정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드러났다.
앞서 하버드대도 지난주 벨라루스 학생 중 한 명이 같은 이유로 민스크 공항에서 비행기 탑승을 거부 당했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이민세관단속국의 지난 6일 관련 지침 발표 이후, 온라인 수업만 받는 유학생의 입국거부 조처가 곧장 시행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민세관단속국은 지난 6일 비이민자 F-1, M-1을 소지한 외국인들이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들을 경우, 미국에 머무를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학생 및 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 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이민세관단속국은 최소 3학점짜리 대면 강의의 1개만 들으면 미국 체류가 가능하지만, 온라인 수업만 듣는 학생에게는 비자 발급은 물론 입국도 막겠다고 밝혔다.
개강을 앞두고 있는 미국 대학들은 갑작스럽게 발표된 새 지침으로 학사 일정 혼선을 빚게 됐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 유학생들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지난 8일 이민세관단속국의 새 지침 시행을 중지시켜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보스턴 연방지법에 낸 데 이어, 이날 스탠퍼드대와 듀크대 등 59개 대학이 이를 지지한다는 법정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200곳이 넘는 대학들이 직간접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매사추세츠주를 비롯해 유학생이 많은 17개 주 정부와 수도 워싱턴도 별도의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은 보스턴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미국에서 혼란을 일으킨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와중에 유학생을 추방하는 것은 잔혹하고 불법적인 행위”라며 지침의 중단을 요구했다.
한편, 보스턴연방법원은 14일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한 변론을 들을 계획이다. 법원이 이민세관단속국의 지침 시행을 중단시키지 않는다면, 미 대학들은 올 가을학기에 전면적 온라인 강의를 실시할 계획이 있는지 여부를 고지해야 한다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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