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의 국방부(펜타곤). AP 연합뉴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전격 경질된지 하룻만에 국방부 고위직이 트럼프 충성파로 채워졌다.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몽니’가 국가 안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크리스토퍼 밀러 국방장관 대행은 10일 성명을 내고 제임스 앤더슨 정책담당 차관 직무대행, 조지프 커넌 정보담당 차관, 에스퍼 장관의 비서실장인 젠 스튜어트가 사임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사임했는지 혹은 경질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앤더스 차관대행 후임에는 앤서니 테이타 전 육군 준장이 임명될 것이라고 국방부 관리들이 언론에 전했다. <폭스 뉴스> 해설자로 일하는 테이타는 오바마 전 대통령을 테러분자 취급하는 극우음모론과 이슬람 혐오 발언을 해온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18년 트위터에서 오바마는 미국에 해를 끼치려고 많은 일을 하는 “테러리스트 지도자”이고, 역사상 어떤 대통령보다도 이슬람 국가들을 돕는다는 발언을 몇차례나 했다. 트럼프의 충성파인 그는 올해 여름에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에 지명됐으나, 공화·민주 양당의 초당적인 반대로 의회에서 인준이 거부됐다. 인준이 거부된 뒤 그는 ‘정책 담당 부차관 임무를 수행하는 관리’로 임명됐다.
국방장관 비서실장에는 케이시 페이틀 전 국가안보위 대테러 담당 선임국장이 임명된다. 그 역시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를 지연시킨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에 대한 하원의 탄핵조사 과정에서 이름이 거론된 논쟁적인 인물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아들인 헌터가 우크라이나의 천연가스 회사의 부패와 관련됐다며, 우크라이나 정부에 수사를 촉구하며 군사원조를 지연시킨 의혹을 사고 있다.
신임 정보담당 차관 대행에는 에즈라 코언-워트닉이 지명됐다. 코언-워트닉은 지난 2017년 3월 공화당의 데빈 누네스 당시 하원 정보위원장에게 정보 문건들을 건넨 혐의로 논란을 일으켰다. 누네스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미국 정보당국이 트럼프 측근들을 부당하게 감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방장관이 경질된지 하루도 안돼 국방부 고위직들도 트럼프 충성파들로 잇따라 채워진 사태에 대해 국방부의 관리들은 “미친 짓”이라고 반응하고 있다고 <시엔엔>(CNN)은 전했다. 관리들은 이번 일련의 교체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인수팀은 기존 국방부의 전문성을 상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관리는 밀러 장관 대행의 기존 경력이 대테러 분야의 하급관리에 불과했다며, 그가 에스퍼 전 장관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리는 또 이제 국방부에서는 큰 그림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고 한탄했다.
트럼프의 몽니에 의해 초토화된 국방부에 이어 중앙정보부과 연방수사국도 그 대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쪽은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장이 최근 몇주 동안 자신들이 요구하는 이른바 ‘딥 스테이트’ 관련 자료 제출을 지연시켜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시엔엔>은 보도했다. 딥 스테이트란 정부 내에서 은밀히 암약하며 미국을 좌우하는 비밀 집단을 일컫는 음모론 용어이다. 트럼프 쪽은 이들이 트럼프의 선거운동을 방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